36년 만에 부활한 우지라면…삼양 1963 먹어보니 "국물이 끝내줘요"

묵직하지만 기름지지 않은 고소함…깔끔한 국물에 긴 여운
안 먹어본 세대도 고개 끄덕일 맛…"2030세대 호기심·50대 향수 자극"

삼양라면이 36년 만에 출시한 우지라면 '삼양 1963'.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그릇 위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자 묵직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라면에서 이런 냄새가 날 수 있나 싶을 만큼 진한 소고기 기름 향이었다. 36년 만에 부활한 삼양식품의 우지라면 '삼양 1963'은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3일 서울 명동 보코호텔에서 열린 삼양식품(003230) 신제품 출시회 현장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삼양 1963'이 테이블마다 놓였다. 직접 조리된 라면이 하나둘씩 나올 때마다 시선이 자연스레 그릇으로 모였다. 현장에 모인 이들 대부분은 1980년대 단종된 우지라면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 처음 맛보는 우지라면에 대한 호기심으로 현장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이윽고 국물 맛을 본 순간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사골·닭·해산물 베이스가 겹겹이 쌓여 진한 감칠맛을 냈고 청양고추의 은은한 매운맛이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존재감 있는 맛이었다. '기름진 라면'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할 만큼 국물 맛이 깔끔했다.

면은 탱글탱글했고 씹을수록 크리미했다. 우지로 튀겨서 그런지 젓가락을 들 때마다 고소한 향이 피어올랐다. 일반 라면보다 살짝 두꺼워 국물과의 조화가 좋았고 직접 맛보니 "크리미한 식감"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지'의 힘이 분명했다. 풍미는 깊지만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감칠맛이 입안에 오래 머물렀다. 팜유로 튀긴 라면에선 느낄 수 없는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고소함이다. 먹고 난 뒤에도 한동안 그 향이 여운처럼 남았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보코 서울 명동 호텔에서 열린 '삼양 1963' 신제품 출시 발표회에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양 1963'은 면을 튀기는 기름으로 팜유 대신 우지를 사용하고 소뼈로 우려낸 액상 스프까지 더해 국물 풍미를 끌어올린 것이 특징으로, 삼양식품은 36년 전 ‘우지(牛脂·소기름) 파동’으로 사라진 대한민국 1호 라면를 재출시하며 명예회복에 나선다. 2025.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삼양식품은 이번 제품의 핵심 타깃을 2030 세대로 잡았다.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새로운 조합과 진한 맛에 호기심이 많은 세대라는 점에서다. 동시에 1980년대 우지라면을 기억하는 50대의 향수도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직접 맛본 느낌으로도 우지라면을 처음 접하는 세대에게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신제품이 기대치를 넘기기 어려운 법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기름진 라면을 부담스러워하던 소비자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세대 불문으로 호감을 느낄 만한 맛이었다.

신제품 가격은 4입 기준 6150원(대형마트 정상가). 프리미엄 라면으로 분류되는 농심의 '신라면 블랙', 하림산업의 '더미식 장인라면'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신제품을 프리미엄 라면 시장 공략의 주력 라인업으로 선보이며 '정직한 맛의 복귀'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광고 및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