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에 주류업계 3분기 실적 먹구름…판로 확대 숙제

전반적 매출 둔화 속 영업이익 감소 전망…내수 부진 영향
K-브랜드 바람 타고 해외 수출 집중…'제로·논알콜' 시장 공략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직원이 소주와 맥주를 정리하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경기 침체와 알코올 소비량 감소로 국내 주류업계 올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침체된 내수 시장으로 인한 소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주류업계는 해외 수출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20일 증권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의 올 3분기 매출액은 6855억 원, 영업이익은 656억 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4%, 6.62% 감소한 수치다.

반면 롯데칠성(005300)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올 3반기 매출액은 4조 748억 원, 영업이익은 2072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5%, 12.0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같은 성장은 대부분 해외 자회사 사업의 약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음료와 주류 사업부 실적은 내수 소비 부진으로 인해 전년 수준에 그치거나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14일 롯데칠성에 대해 "주류는 전반적인 업황 둔화 속 매출 성장이 제한되고, 영업이익은 판매량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인해 역성장할 것"이라며 "3분기 해외 자회사 영업이익 비중은 31.9%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비상장기업인 오비맥주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공시되지 않아 정확한 실적을 알기 어렵지만 지난 2분기 모회사 AB인베브가 "한 자릿수 후반대 매출 감소"를 언급한 만큼, 3분기에도 수요 감소 영향을 계속 받으면서 매출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내 주류 소비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건강과 저속노화 트렌드를 타고 '제로·저당' 음료가 각광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주류가 외면받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저녁 회식 문화가 상당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간한 '2024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15세 이상 1인당 전체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 9.1L에서 꾸준히 줄어들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 7.7L까지 15.8% 감소했다가 2022년 8L로 소폭 반등했다.

특히 국내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 8.4L에서 2021년 6.8L, 2022년 7.1L로 감소폭이 더 컸다. 수입 주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소주·맥주 등 소비가 더 줄어든 것이다.

기업들이 기댈 곳은 K-브랜드를 바탕으로 한 해외 수출이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부터 진행해 온 '소주 세계화' 기조 아래 중장기적으로 진로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빠르면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쯤 베트남에 첫 번째 공장이 세워진다"며 "베트남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 소주 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지리적 접근도 강점이라 이곳을 수출 거점으로 삼아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은 파키스탄·필리핀·미얀마 등 동남아 현지 자회사와 국내 제품 수출을 바탕으로 내수 침체를 방어할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작년 기준으로 해외 비중이 37% 정도 됐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40%가 넘었다"며 "동남아뿐 아니라 선진 시장인 미국과 일본, 유럽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는 만큼 비중을 계속 키워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카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품질 유지나 현지 맥주와의 경쟁력 측면에서 수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자 중심 소통과 마케팅, 다양한 판촉 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더 도수가 낮고 가벼운 술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카스 제로'를 비롯한 논알콜 제품 비중을 높이고 국가대표 후원 등을 통해 인식 개선이나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