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음식 사진만 찍으면 '칼로리 계산→식단 추천→주문' 모두 끝"

컬리 식단관리 앱 '루션'…음식 사진 AI 분석해 '원스톱'
이은영 컬리 본부장 "아무 생각없이 안내만 따르면 돼"

9월 29일 서울 강남구 컬리 본사에서 이은영 컬리 그로스본부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컬리 제공).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다. 굳은 결심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삼시세끼 샐러드만 먹다가 어느 늦은 밤 입이 터져 치킨을 마구 흡입했던 일. 정신을 차리고 건강 식단을 검색하니 너무나도 많은 정보에 도대체 뭘 먹어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움. 그래서 고액의 PT를 등록하며 식단 관리를 받았는데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 계산도 하지 않고 무조건 적게, 닭가슴살만 먹으라고 했던 트레이너. 그래서 결국 다이어트에 실패했던, 그런 기억들이 누구나 있다.

인공지능(AI) 식단 관리 앱 '루션'은 그런 사람들에게 컬리가 내놓은 답이다. 음식 사진을 찍거나 음식명을 입력하면 AI가 음식에 포함된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중과 칼로리를 계산한다. 그리고 사전에 입력한 나이·체중·활동량 등 기본 정보와 다이어트 목표, 식사 취향을 고려해 맞춤형 식단을 매일 제안한다. 추천된 식단의 식재료·밀키트는 컬리로 연결돼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내게 맞는 최적의 식단을 알아서 짜주고, 장바구니까지 채워준다는 얘기다.

AI는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루션 AI는 사진을 분석해 어떤 음식인지 인식하고, 해당 음식의 영양 정보와 칼로리를 분석한다. 가령 식탁 위 음식들이 놓인 사진을 찍으면 식재료 등으로 유추해 '돼지고기 김치찌개'라고 인식한다는 얘기다. 혹시 인식된 음식이 틀렸다면 수정 입력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누적돼 AI가 더욱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된다. 사진 속 식기 크기도 인식해 담긴 음식의 양도 그램(g) 단위로 유추한다.

컬리의 인공지능(AI) 식단 관리 앱 '루션'이 가동되는 모습(플레이스토어 루션 앱 설명 캡처).

루션은 먹을 것에 깐깐하기로 유명한 컬리 고객들의 기대도 충족하고 있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출시 이후 약 한 달 동안 앱을 가동한 이용자의 80~90%가 매일 두 끼 이상의 식사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사용하기 시작하면 활성 고객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개발자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숫자로, 단순 앱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컬리는 루션 AI가 추천한 식단을 '컬리'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앱과의 차별점이라고 본다. 기존의 다른 식단 관리 앱도 칼로리를 계산하고 메뉴를 추천하지만, 역할은 거기에서 끝난다. 소비자가 그 메뉴를 요리하기 위해선 따로 장을 봐야 해서다. 하지만 루션을 이용하면 추천 식단을 몇 번의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바로 주문해 내일 먹을 수 있다. 그 식단의 식재료와 밀키트는 이미 컬리에서 검증이 끝난 상품이기에 품질도 보증된다.

컬리에 따르면 현재 루션 앱에서 식단을 제안받은 이용자 중 추천 상품을 눌러 컬리 구매 페이지로 넘어가는 구매 전환율은 약 90%에 달한다. 이은영 컬리 그로스본부장은 "앱을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그렇게 식단 분석을 해서 대체 뭘 해줄 건데'였다"며 "저같이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아무 생각없이 루션의 안내만 따르면 별다른 노력과 기술이 없어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식단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지난 달 29일 서울 강남구 컬리 본사에서 이은영 컬리 그로스본부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컬리 제공).

당장은 국내 독보적인 식단 관리 앱으로 자리잡는 게 목표다. 컬리는 월간 사용자 수가 30만 명이 되면 국내 1위가 될 것으로 보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100만 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체중·체지방·혈당·수면 등 건강 지표를 기록하고, 자신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루션이 이용자의 상태를 스스로 체크해 '혈당이 너무 높으니 내일 아침에는 구운 채소와 닭가슴살이 좋다'는 식단 추천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 식단 관리 앱이 아닌, 개인 건강 종합관리 플랫폼에 가깝다. 현재 해외에서 이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앱은 '마이피트니스팔(MyFitnessPal)'이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유료인데도 월간 이용자 수가 1430만 명에 달하는 거대 글로벌 플랫폼이다. 이로 인한 월 매출은 약 14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헬스케어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만큼 루션은 향후 컬리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66억 8000만 달러(약 51조 원)에서 매년 11.8% 성장해 2032년에는 887억 달러(약 124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루션은 마이피트니스팔의 헬스케어 기능에 추천 식단 구매 기능까지 추가된 만큼 루션의 성장에 따라 컬리 매출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컬리에서 파는 상품은 웬만하면 괜찮다는 인식이 있기에, 식품을 주문하는 기능까지 더해진 건 루션의 가치가 확 올라가는 지점"이라며 "건강을 위해 이런 식단으로 먹어야 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좋은 식품은 모두 컬리에 있다는 사실이 연결되는 게 저희가 가장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