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人터뷰] "알고리즘 망가질 정도"…농심X케데헌 협업에 걸린 시간 '1달'
박소희 농심 면마케팅팀 선임 인터뷰
"세계관 훼손 없게" 캐릭터·제품 매칭…디자인 완성도 호평
-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케이팝 데몬헌터스(케데헌) 때문에 알고리즘이 망가졌어요.아이가 여섯 살인데 동요처럼 노래를 다 따라 부를 정도예요."
세계를 뒤흔든 케데헌의 열기가 식기 전, 한 달 만에 협업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 있다. 바로 농심(004370)이다. 성공적 협업의 주역, 박소희 농심 면마케팅팀 선임을 지난달 28일 만났다.
그는 "하도 영상을 많이 봐서 SNS 알고리즘이 전부 케데헌으로 도배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콘텐츠 열기가 식기 전 신속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농심은 이른바 '타임어택'에 맞서, 통상 수개월 걸리는 협업을 불과 한 달 만에 끝냈다.
출발점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해외 팬들이 '케데헌에 등장하는 동심이 농심 아니냐'는 글을 올렸고, 사내 게시판·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협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이어졌다. 박 선임은 "여러 채널에서 요구가 터져 나오자 회사 내부에서도 빠르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과의 싸움은 녹록지 않았다.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IP를 다루는 회사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서다. 캐릭터 포즈 하나, 비율·위치 하나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반드시 컨펌받아야 한다.
지난한 협업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 박 선임은 "헌트릭스는 신라면 오리지널, 사자보이즈의 다크 버전과 블랙을, 소다팝은 툼바와 각각 잘 맞아떨어졌다"며 "몇 번씩 작품을 보며 캐릭터들을 세계관이랑 연결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디자인 과정에서도 세심한 고민이 있었다. 박 선임은 "캐릭터 자체보다 조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단체샷 구성이나 배치 등을 넷플릭스와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라면 로고 서체가 강렬하다 보니 캐릭터와 톤이 서로 부각되며 잘 어울렸다"고 후기를 전했다.
그가 분투하는 사이 케데헌은 빌보드와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마케팅팀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박 선임은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감다살'(감 다 살았다)을 꼽았다. "트렌드를 잘 읽고 실현했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자발적 홍보가 엄청났고, 예전 협업했던 회사에서도 연락이 올 정도였다"고 밝혔다. 내부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임원진들이 '더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할 만큼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농심 내부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스낵·음료·소스 등 카테고리를 넘어 글로벌 단위에서 전개한 첫 협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케데헌에는 '새우깡'을 연상케 하는 과자도 나온다.
박 선임은 "고무적인 성과라 본다"며 "K-컬처와 K-푸드는 하나의 카테고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연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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