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그늘에 짓눌리는 유업계…실적 부진에 시름
1인당 우유 소비 줄고 실적 악화…매일유업 영업익 33%↓·남양유업 매출 6%↓
저출산에 유제품 무관세까지 '이중고'…사업 다각화로 돌파구 찾는 유업계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저출산의 그늘이 유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1인당 우유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올해 상반기 주요 유업체들의 성적표도 부진했다. 특히 내년부터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국내 업계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값싼 수입 제품이 대거 유입될 경우 국내산 유제품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생존을 위해 '탈(脫)유업'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일유업의 영업이익은 2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0% 급감했다. 매출은 9168억 원으로 3.1% 늘었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동 기간 남양유업 매출은 4477억 원으로 6.5% 줄었으나 영업이익이 1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우유 시장 위축의 근본 원인은 소비 감소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내 우유 소비량은 30.1㎏으로 전년보다 0.8㎏ 줄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감소세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유업계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실제 저출산으로 학교급식·군납 등 대량 소비처가 줄어들었고 식물성 음료 등이 건강음료 대안으로 자리 잡으며 우유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 또 원유 가격 상승과 사료비 인상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매출은 유지돼도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는 구조다.
여기에 내년부터 미국·유럽산 유제품이 무관세로 들어오면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저렴한 수입 제품이 대거 유입될 경우 국내산 유제품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멸균우유 수입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멸균우유 수입 중량은 1만8379톤으로 전년 동기(1만4675톤) 대비 25.2% 늘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업계는 미래 성장을 위한 활로를 찾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업에만 치중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매일유업(267980)은 외식 자회사 엠즈씨드를 통해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폴바셋'을 운영하며 외식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또한 다른 자회사 엠즈베버리지를 통해 일본 맥주 브랜드 '삿포로'를 전개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남양유업(003920)은 카페 프랜차이즈 '백미당'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카페 프랜차이즈와 커피·아이스크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과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등 기능성 음료 시장 공략에 나서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에 따른 내수 한계와 글로벌 개방화가 맞물리면서 유업만으로는 성장에 제약이 있다"며 "기존 유제품 사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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