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버린 수제맥주 신화…상폐 세븐브로이·적자 지속 제주맥주

'곰표신화' 열었는데…세븐브로이, 대한제분과 소송전
한울앤제주로 이름 바꾼 제주맥주도 적자

서울 강남구 편의점에 전시된 수제 맥주의 모습.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코로나19 시기 수제맥주 열풍을 이어왔던 업체들이 위기에 봉착한 모습이다. 수제맥주 시장을 최전방에서 이끌던 업체들은 상장폐지에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21일 코넥스 시장 상장위원회를 개최해 세븐브로이맥주(267080)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세븐브로이는 다음 달 11일 이내 이의 신청이 없다면 상장폐지가 진행될 예정이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001130)과 손잡고 2020년 '곰표 밀맥주'를 출시하면서 수제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으나 2023년 상표 사용 계약이 종료되면서 제조사가 세븐브로이에서 제주맥주로 변경됐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제조사를 변경하면서 세븐브로이가 개발한 레시피를 유출했다고 지적했고, 대한제분은 정상적인 계약 갱신 거절이라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븐브로이는 지난 7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6% 줄었고, 영업적자는 91억으로 전년 대비 46.8% 적자 폭이 늘었다.

세븐브로이와 함께 수제맥주 업체 양대산맥으로 평가되는 제주맥주도 상황은 좋지 않다.

현재는 '한울앤제주(276730)'로 사명을 바꾼 제주맥주는 지난해 3월에는 자동차 수리업체 더블에이치엠에 매각됐다가, 같은 해 11월 한울반도체로 다시 매각됐다.

주인이 2번이나 바뀌었지만 한울앤제주는 여전히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장 이듬해인 2022년에도 116억 적자를 봤고, 2023년 104억, 지난해 48억으로 적자를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20억의 적자를 유지 중이다.

사업 확대를 위해 외식 프랜차이즈 '올곧'과 벤처투자사 'KIB벤처스' 등을 인수했지만 성과를 봤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외에도 어메이징브루잉도 기업 회생절차를 밟는 중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손을 뗀 상황이다. 오비맥주가 수제맥주 개발을 위해 출범했던 KBC(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는 지난해 해체했고, 롯데칠성음료 역시 2023년부터 수제맥주 위탁생산 사업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영향도 있지만, 업체들도 단기 마케팅에만 집중한 전략도 지속력이 떨어진다"며 "일부 양조장이 지역 밀착형 모델로만 남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