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리만 없어"…CGV 굿즈 완판에 롯데 팬들 소외감

CGV, 롯데 제외 9개 구단 굿즈 출시…품귀 현상도
'계열사 경쟁' 롯데만 미출시 반복…"차리리 먼저 내줘"

CGV-KBO 협업 캔쿨러(CGV 제공)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프로야구 협업 마케팅 상품이 다수 출시되며 야구 팬들의 지갑을 열고 있지만 롯데 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선 '우리만 동떨어져 있다'는 실망감이 크다. 롯데 계열사와 경쟁 관계로 인한 것으로, 팬들 사이에선 차라리 롯데가 관련 상품을 선제적으로 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업해 지난달 27일 프로야구 구단별 디자인을 적용한 'KBO 캔쿨러'와 'KBO 팝콘버킷' 등 프로야구 굿즈를 출시했다.

음료를 시원하게 보존하는 캔쿨러는 야구 팬들에게 상징적인 가을 점퍼가 캔을 감싸는 형태로 제작해 희소성을 더했다. 팝콘을 담아서 먹는 용도의 팝콘버킷은 야구 헬멧 모양으로 만들었고 구단별 '모꾸(모자 꾸미기)' 스티커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귀여운 외관에 좋아하는 구단의 굿즈라는 팬심까지 겹치며 야구 팬들이 대거 몰렸다. 일부 CGV 극장 매점에선 굿즈가 출시된 당일 수 시간 만에 상품이 완판되는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CGV-KBO 협업 팝콘버킷(CGV 제공)

다만 해당 굿즈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롯데 자이언츠를 제외한 9개 구단의 상품만 출시됐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는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가 있는데, CGV와는 극장 업계 경쟁 관계이기에 롯데 구단 측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도 롯데 자이언츠는 계열사와 경쟁 관계인 KBO 협업 마케팅 건은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3월 SPC삼립이 출시한 '크보빵(KBO빵)'이 대표적이다. 출시 3일 만에 100만 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였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제빵 계열사(롯데웰푸드)의 경쟁사 제품이 팔리는 걸 도와줄 수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롯데칠성의 경쟁사인 웅진식품의 '하늘보리 KBO 에디션', 롯데월드의 경쟁사인 에버랜드의 '레시앤프렌즈' 굿즈, 롯데웰푸드의 경쟁사인 해태제과의 '지역 한정판 홈런볼'에도 불참했다. 반면 계열사와 경쟁 관계가 아닌 동국제약의 '마데카 쿨링패치 KBO 에디션'에는 참여해 10개 구단 상품이 모두 나왔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상품이 모두 출시된 마데카 쿨링패치 KBO 에디션(동국제약 제공).jpg

이 같은 경쟁사 배제는 롯데에만 있는 모습은 아니다. CGV의 경우 KBO와 손잡고 지난 3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2건의 프로야구 경기를 극장에서 생중계하는 상품을 운영 중인데, 아직까지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생중계한 사례는 없다. 롯데시네마와의 경쟁 관계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다만 CGV 측은 롯데 구단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팬들 입장에선 각종 KBO 상품 및 굿즈를 가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소외감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다른 야구 팬들이 구단 상품을 수집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정작 충성심이 강하고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롯데 팬들이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CGV 굿즈 구매에 성공한 다른 구단 팬들의 인증샷이 이어지자 롯데 팬 사이에선 '또 우리만 왕따냐'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롯데 팬들은 "야구만 못 해라", "우리들의 지갑을 지켜주려는 구단의 깊은 뜻이다" 등 자조 섞인 게시글을 올리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롯데 팬들 사이에선 KBO 콘텐츠 상품을 빼앗기지 말고 차라리 롯데 계열사에서 선제적으로 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크보빵을 롯데웰푸드가 먼저 내놓고 야구 구단 캔쿨러를 롯데시네마가 먼저 내놨다면 10개 구단의 팬들이 모두 상품을 살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롯데 측이 먼저 생각했더라도) CGV가 KBO와 프로모션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기에 CGV가 굿즈를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각 사에서 제휴하는 사항에 따라 상품 출시 전략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