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빚던 가양주 문화 부활 기대감"…소규모 증류주 시대 열린다
국세청, 위스키·증류식 소주 소규모 제조 허용…"특색 있는 주류 나올 것"
"경기 침체로 주류 시장 자체가 어려워"…활성화 여부는 지켜 봐야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국세청이 소규모 주류의 제조 면허 기준을 완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주류 시장의 다양화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조선시대 '전통주 전성기'를 맞았던 가양주 문화를 떠올리고 있다.
1일 국세청은 위스키, 브랜디, 증류식 소주 등의 소규모 주류의 제조 면허를 허용했다. 기존 담금조 용량을 5kL 이상에서 1kL 이상 5kL 미만으로, 저장조 25kL 이상에서 5kL 이상 25kL 미만으로 대폭 낮췄다.
5kL 수준 저장조의 크기는 대략 지름 2m×높이 2.5~3m 수준으로 추정되므로, 교외 지역에 적당한 창고만 갖췄다면 집에서도 위스키를 제조할 수 있는 면허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가양주 문화'가 있어, 양반뿐 아니라 평민까지 집집마다 고유한 술을 빚어 마셨다. 각 가정마다 독특한 제조법과 맛을 자랑하는 술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쌀이 부족해 술 제조를 통제했던 군사독재 시절까지 지나오면서 이같은 문화는 사실상 완전히 소실됐다. 대신 대량생산 중심의 주류 산업이 자리 잡았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은 변화를 맞았고, 해외 와인·위스키 외에도 기원 위스키 증류소,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 등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역시 각광받았다.
업계에서는 소규모 업체의 주류 제조 허용에 대해 일단은 '환영'의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다양하고 특색있는 주류 제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존에는 소규모 맥주 정도 하던 양조장들이 증류주에 도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스키 생산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기준 151개 위스키 증류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중 2000년대 설립된 신생 증류소 40곳, 기존의 전통적인 소규모 증류소 등을 포함하면 30~40%가량이 소규모 증류소로 추정된다.
위스키 종주국을 위협한다고 평가되는 일본 역시 위스키뿐 아니라 사케·소주 등 다양한 소규모 증류소가 활발하고, 각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소규모 증류소 활성화 여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류식 소주와 달리 위스키는 생산만큼 숙성 기간도 중요한데, 보관 공간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저장조 용량에 상한을 두면 성장 역시 제한된다"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현재 주류시장 자체가 어렵다"며 "실제로 많은 증류소가 생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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