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주류 면세 '병수 제한' 폐지…'언 발에 오줌 누기'
정부, 주류 면세 기준 '수량' 없애…금액·용량은 그대로
업계, 고환율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군분투…"아쉽다"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정부가 해외 여행객에 이어 제주 여행객도 주류를 수량 제한 없이 살 수 있도록 면세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고비를 넘고 있는 면세업계는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400달러, 2L 한도'가 여전히 걸려 있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효과만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2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여행객에 대한 면세점 특례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했습니다.
주류 면세는 금액·용량·수량에 한도를 설정해 초과할 경우 세금을 부과했는데, 여기서 '수량' 제한을 없앤 것입니다. 앞서 정부가 해외여행자의 주류 반입 시 '병 수 제한'을 폐지했던 정책의 연장선상으로 보입니다.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1300원을 웃도는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2L', '400달러'라는 두 가지 한도가 모두 존재하는 한 사실상 소비가 제한되는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술과 담배, 향수는 기본 면세 범위와 별개로 면세 한도가 적용돼 여행객들이 많이 사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별도 면세 품목 중 금액 한도가 걸려 있는 건 주류 한 품목뿐입니다.
면세점은 달러로 물건을 판매하는데 환율이 높으면 면세점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세금 더 내더라도 일반 점포에 가면 가격, 수량 제약 없이 마음껏 살 수 있는 데다 가격이 더 쌀 때도 많습니다.
굳이 면세점에서 살 메리트가 없는 셈입니다.
물론 그동안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22년 정부는 8년 만에 기본 면세 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이고, 면세로 반입할 수 있는 술도 1병에서 2병으로 늘렸습니다.
향수는 1979년 60mL로 지정된 후 변동이 없었던 용량 기준이 지난해부터 100mL로 늘었습니다. 30mL 향수는 3개까지, 50mL 향수는 2개까지 살 수 있게 돼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반면 면세 주류만큼은 소비 활성화가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해외여행객 주류 면세 한도에 병 수 제한을 없앴지만 큰 의미가 없다"며 "이왕 규제를 풀 거면 소비자와 업계 모두 와닿을 수 있도록 용량이나 금액 한도를 늘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코로나19에 이은 업계 내 불황,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면세업체들은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벌이는 중입니다.
올해 1분기 신라면세점은 50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1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 폐점을 결정했습니다. 그나마 인천공항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롯데면세점이 비상 경영 체제로 허리띠를 졸라매 15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정부가 어려운 업계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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