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또다시 라면값, 대형마트 휴무일 규제

이주현 산업2부 부장

(서울=뉴스1) 이주현 산업2부 부장

또다시 라면값이고, 대형마트 휴무일 규제네요

이재명 대통령이 '2000원 라면값' 발언으로 식품업계에 대한 가격 압박을 본격화하고,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대형마트 휴무일을 공휴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늘어놓은 푸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새로운 정치로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국정 운영계획과 포부를 밝힌다. 취임사나 대국민 담화 외에도 취임 초기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는 정치,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역대 대통령들은 매번 라면값을 문제 삼고, 대형마트 휴무일 규제에 대한 행태를 되풀이했다. 취임 초반 민심을 얻고 강력한 국정 동력을 만들기 위한 공식과 같은 행보는 여야를 막론했다.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행보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로 이러한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심리는 침체했고 서민 먹거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물가 관리는 정부가 최우선으로 풀어야 할 핵심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아쉬운 점은 방식이다. 5번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십수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비슷한 방식의 소통과 방식으로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씁쓸함을 남겼다.

'2000원 라면' 발언에 농심의 주가는 당일 4.64% 하락했고, 여당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법제화 소식에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주가는 각각 8.28%, 9.03% 폭락했다.

라면 업체들은 고물가의 주범으로 낙인됐고, 직장인들은 주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 못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전통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시대는 아닐뿐더러, 먹거리가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

국민 먹거리 라면이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0분의 2.4에 불과하다. 대형마트 휴무일 지정으로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지난 13년 간 수없이 나왔다.

기업을 압박해 라면값을 내리고 휴일에 대형마트 문을 닫게 하는 것만이 상생의 해법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 '2000원 라면' 발언 4일 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주재한 '밥상 물가안정 경청 간담회' 후 유통업계의 우려 수위는 한층 낮아졌다.

김 후보자는 당시 "정부가 과거처럼 기업의 판매가를 규제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시장 가격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동시에 서민 물가를 안정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처럼 기업을 압박해 라면값 50원 인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닌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등 정책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특히 총리 후보자인 만큼 대통령과 일종의 교감이 있었던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사에서 "통제가 아닌 지원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실용적 시장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가격 압박과 규제로 일괄하는 이재명 정부가 아닌, 과거 대통령과 달리 새롭고 합리적인 방식과 정책으로 서민 물가를 잡고 유통업계가 상생 속 발전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jhjh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