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택배노조, 첫 협상 테이블 앉는다…택배업계 '긴장'

대한통운, 개별집배점 조합원에 '단체협약 요구사실' 공고
"단체협약 맺어지면 全 업계 파장"…'노조 리스크' 커질까

8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계속된 죽음 앞에 무책임한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2020.7.8/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소속 직계약기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 절차에 돌입했다. 대한통운이 직접 택배연대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통운은 지난 8일 대표이사 명의로 '단체교섭 요구사실 공고'를 택배노조 소속 개별집배점 조합원에 전달했다.

개별집배점주는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대한통운과 직접계약을 한 택배기사(직계약기사)를 말한다. 택배노조는 공고 마감 기한인 이날 안건을 확정해 교섭일을 타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이 직접 당사자로서 택배노조와 단체협약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통운은 지난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가 택배노조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설립필증을 발부한 후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해 왔다.

택배기사는 현재까지 '반쪽짜리 근로자'로 남아있다. 정부가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긴 했지만, 상당수의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서 대리점을 통해 택배사와 용역계약을 맺은 '특수형태근로자'다. 현행법에서는 택배기사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근거가 없다.

택배사와 택배노조가 수년째 입씨름을 벌여온 속사정이다. 현재 대한통운이 직접 교섭을 하는 노조는 직영 택배기사로 구성된 한국노총 산하 CJ대한통운 노동조합이 유일하다.

하지만 법원이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지난달 24일 CJ대한통운 외 27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에 따라 시작된 첫 단체교섭을 두고 택배노조와 대한통운은 엇갈린 표정이다. 택배노조는 "대한통운이 직접 교섭 테이블에 앉는 역사적인 일"이라며 환영했지만 등 떠밀린 모양새가 된 대한통운은 "법적 절차일 뿐"이라며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130주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택배노동자 진짜사장 규탄대회'를 열고 교섭거부하는 진짜사장 CJ대한통운과 우정사업본부 규탄, 특수고용노동자 차별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2020.5.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택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계 1위 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단체협약을 맺는다면 그 전례가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택배 산업 전체로 미칠 수 있어서다.

'노조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쇼핑 시대가 열리면서 물류업계는 출혈경쟁을 불사하는 '배송전쟁'을 벌이고 있다. 택배기사가 어느 때보다 아쉬운 마당에 정식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들고나오면 업무가 마비될 공산이 크다. 택배업계에 '강성노조'가 탄생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우리나라 택배산업 전체의 흐름과 정책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다"며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단체교섭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고 풀이했다.

택배노조는 이번 단체교섭에서 정당한 노조로서의 지위와 자격을 못 박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과로사, 노동시간, 분류작업, 수수료 현실화 등에 대한 안건을 준비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의 실체적인 인정을 받아내는 안건을 놓고 교섭이 벌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대한통운은 "1961년 설립된 CJ대한통운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법원 판결에 따라 관계 법령이 정한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