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마트서 시식행사 못한 식품업계 "수익성 좋아졌네"
코로나19 사태 확산 속 마케팅 축소…하반기도 지속
매출 늘었지만 판관비율은 오히려 낮아져…수익성 개선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대형마트 시식행사 직원 모두 우리 소속이에요. 무료로 시식하는 제품도 당연히 공짜가 아니고요. 전국 수백개 매장에서 쓰이는 인건비와 제품 비용을 코로나19 이후 어쩔 수 없이 최소화했는데, 이렇게 잘될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 하반기도 코로나19를 예측할 수 없어 비슷한 기조가 될 것 같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
'코로나19' 대부분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식품업계는 예외다.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라면과 간편식 매출이 급증한데 이어 마케팅 비용 절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어서다.
감염 우려로 인해 대형마트를 비롯한 각종 시식행사가 자취를 감추면서 마케팅 비용이 절감됐다. 특히 식품업계가 공통적으로 마케팅을 줄였기 때문에 경쟁업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하던 판촉행사도 사라졌다. 지난 2분기 식품업체들의 성적표가 일제히 개선된 이유다.
◇CJ제일제당, 매출 늘고 판관비율 축소…수익성 개선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은 올해 2분기 판매및관리비(판관비)로 7707억원을 지출했다. 매출 대비 판관비 비율은 22.2%다.
판관비는 인건비·판매촉진비·광고선전비·운반비 등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늘면 판관비는 증가한다. 제품 유통에 필요한 비용 투입이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절대적인 판관비 액수보다는 판관비율에 더 주목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분기 CJ제일제당의 판관비는 전년동기 대비 약 400억원 늘었다. 하지만 판관비보다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판관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7%p(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용을 더한 금액을 뺀 수치다. 그만큼 판관비를 줄인다면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 CJ제일제당 2분기 영업이익은 186.1% 증가한 3016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 실적에 판관비 절감이 더해진 결과다.
◇ 코로나19에 '시식행사' 올스톱…신제품 나와도 '조용'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예년보다 마케팅 활동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식품기업은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대형마트에서 각종 할인과 시식 행사로 점유율 확보에 나선다. 올해는 대형마트에 손님이 줄어든 데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은 시식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인 마케팅이 이익 확대로 연결된 셈이다.
대상 역시 올해 2분기 판관비로 1566억원을 지출해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판관비율은 20%로 1%p 축소됐다. 라면 업계 농심과 오뚜기도 역시 판관비율이 낮아지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판관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2분기 신제품 테라 출시와 동시에 늘린 판관비(2305억원)는 맥주부문 적자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올 들어 테라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판관비 씀씀이는 전년 대비 255억원 줄었다. 맥주사업의 흑자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출혈 경쟁을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도치 않게 마케팅이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 해소되지 않는 코로나19 위기…하반기도 씀씀이 줄인다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특정 다수가 찾는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이 당장 늘기는 어렵다. 공격적인 현장 마케팅으로 얻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간편식의 가정 침투율도 높아져 공격적인 행사의 필요성도 떨어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식 행사를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제품을 알리고 첫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간편식을 경험한 소비자가 많아져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기업은 점유율 싸움을 포기 못 하고 판관비를 늘리고 있다. 간편식 매출 상승 분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수익성 대신 점유율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서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증가하면 원가 개선과 비용 축소가 더해져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며 "일부 1·2위 싸움이 치열한 제품엔 기업 자존심으로 비용 몰아주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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