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홈플러스 마트는 어떻게 물류센터로 변신했나…원천 FC 가보니
고객이 장보는 마트 바로 위에 은밀히 위치
직원 총 49명이 하루 1500건 주문 처리
- 정혜민 기자
(수원=뉴스1) 정혜민 기자 = 도심에 온라인 쇼핑 주문을 처리하는 '풀필먼트센터'(Fulfilment Center, FC)가 은밀히 자리 잡았다.
지난 17일 수원에 위치한 홈플러스 원천 FC를 둘러봤다. 보통 물류센터라고 하면 도시 외곽의 대규모 시설에 대형 트럭들이 오가는 모습을 생각하지만 홈플러스 원천 FC는 대형마트 안에 숨어 있었다.
◇마트 위층에 조용히 자리 잡은 '비밀공간'
"지금 이곳은 과거 고객들이 장을 보는 마트 자리입니다. 예전에는 원천점 지하 1층과 지하 2층을 마트 공간으로 썼지만 지금은 지하 1층을 풀필먼트센터로 탈바꿈시켰습니다"(정상구 홈플러스 원천 FC 센터장)
트레이가 컨베이어 위를 지나간다. 트레이에는 고객의 주문 정보가 든 바코드 라벨이 붙어 있다. 컨베이어 위의 스캐너가 라벨을 감지하고 컨베이어를 멈춰 세운다.
'코카콜라'가 놓인 선반 자리에 빨간불이 깜빡거린다. 스캐너가 읽은 주문 정보에는 해당 고객이 코카콜라를 주문했다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장보기 전문 사원은 코카콜라를 트레이에 담고 빨간불이 들어온 버튼을 누른다. 다시 컨베이어가 힘차게 돌아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물건을 잔뜩 담은 트레이는 컨베이어 끝 나선형 모양의 '스파이럴 컨베이어'를 통해 배송 차량이 있는 지상 1층으로 올라간다. FC에서 상온 상품 주문은 이렇게 처리된다.
FC에서는 하루 3번 고객의 온라인 주문을 처리한다. 전날 밤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1차 피킹 때 물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때는 상대적으로 한가한 2차 피킹 시간이었다. 오전 10시30분에 작업을 시작해 약 1시간 만에 주문 200여 건을 처리했다.
FC 내부는 매우 고요했다. 시끄러운 기계 굉음이 울리는 일반적인 물류센터와 비교해서도, 고객이 장을 보며 오가는 마트 공간과 비교해서도 매우 조용했다. 이날 출근한 장보기 전문 사원 20여 명만 FC 안을 분주히 오갔다.
1126평 규모 상온 상품 보관 공간을 지나 FC 안쪽으로 들어서면 한쪽에 '거대한 냉장고' 같은 냉장 상품 보관 공간(213평)이 있다. 냉장 상품 보관 공간은 영상 8℃를 유지했다.
안에는 요즘 인기를 끄는 '샤인머스켓'을 비롯해 각종 과일과 신선 채소가 쌓여있었다. 홈플러스 FC는 마트 안에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마트 직원의 손질이 필요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겹살도 100g, 200g 등 원하는 양을 주문할 수 있고 생선류도 마트 직원이 손질해 준다. 냉장 상품 보관 공간에는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냉동고(40평)도 있다. 냉동고 안에는 냉동만두 등 냉동식품이 가득했다.
홈플러스가 가장 자랑하는 구역은 '입고 공간'이다. 마트 자리에 상온 및 냉장·냉동 상품을 갖추는 것은 다른 대형마트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형 트레일러가 한 바퀴 돌 수 있는 입고장을 마트에 두는 건 홈플러스만 가능하다.
홈플러스는 처음 마트를 지을 때부터 창고와 물류 차량 인출차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해 놓은 덕분에 대형 물류 차량이 오가는 입고장을 마트에 마련할 수 있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FC는 기존 점포 자산을 활용해 물류센터 시공에 드는 거액의 비용과 시간 관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고객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심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이커머스 대응법…"점포를 고객 밀착형 물류창고로"
홈플러스 원천 FC에서는 입고 직원 6명, 장보기 전문 사원 28명, 그 밖의 지원 인력 15명 등 총 49명이 온라인 주문을 하루에 1500건씩 처리할 수 있다. 홈플러스 일반 점포는 온라인 주문 처리량이 하루 200건에 불과하다.
국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커지면서 홈플러스도 온라인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홈플러스는 오는 2021년까지 온라인 사업에서 매출 2조3000억원을 내는 것이 목표다.
홈플러스는 전국 모든 점포를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홈플러스 점포 전체 140곳 중 107곳에 온라인 물류센터 기능이 있다.
이에 더해 홈플러스는 고객의 온라인 주문이 특별히 몰리는 수도권 인근의 주택 밀집 지역 점포를 FC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7월 계산점에 첫 FC를 연 데 이어 올해 8월 안양점과 원천점에 약 2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들였다.
앞으로 홈플러스는 장보기 전문 사원을 기존 1400명에서 4000명, 냉장·냉동 배송 차량은 기존 1000여 대에서 3000여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루에 배송 가능한 건수는 3만3000건에서 12만건으로 늘게 된다.
◇홈플러스 배송에 '환경 논란'이 없는 이유
홈플러스 원천 FC는 배송에 단 하나의 '상자'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스티로폼 상자는 물론이고 아이스팩, 종이 상자도 쓰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포장재가 논란이 됐다. 많은 기업이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새벽 시간에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밖에다 오래 둬도 식품이 상하지 않도록 겹겹이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벽배송 시장의 문을 연 마켓컬리는 장기적으로 모든 포장재와 부자재를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바꾸기로 했다. SSG닷컴은 재사용이 가능한 보냉백을 이용해 과도한 포장재로 인한 환경 문제를 방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FC에서 물건을 집는 데 활용했던 트레이를 그대로 배송 차량에 싣고 가 비닐봉투에 담긴 상품만 전달한다. 배송 차량은 상온, 냉장, 냉동 3칸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따로 아이스팩이나 스티로폼 상자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또 '무(無) 포장재' 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홈플러스가 '대면 배송'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서는 시간을 설정해 원하는 시간에 배송받을 수 있다. 최대한 고객을 직접 만나서 상품을 전달하고 냉장·냉동 상품을 고객이 직접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다시 FC로 회수해 온다.
FC가 대형마트 안에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는 새벽배송을 할 수 없다. 대형마트로 분류돼 법률에 따라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일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새벽배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포장재와 보냉재를 추가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냉장·냉동·상온 3실 배송 차량 만을 이용하고 있다"며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배송은 가장 신선하고 가장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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