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국가 배제]불매운동 2.0 진화할 듯…맥주 등 소비재 시장 '지각변동'

日 브랜드 이어 소재 사용까지 보이콧…"쉽게 안 끝난다"
아사히 기린 등 日 맥주 '직격탄', 소비자 자발적 참여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일본맥주가 진열돼 있다. 2019.7.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김종윤 기자 = 일본이 끝내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불매운동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니클로나 아사히 등 일본 브랜드 제품을 불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일본산 원료나 소재 등을 사용한 제품으로까지 '보이콧'이 확산하고 있다. '불매운동 2.0'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맥주와 식음료, 의류 등 국내 소비재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입맥주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던 아사히 맥주는 겨우 10위권에 머물고 있다. 유니클로는 매출이 4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도 불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매출 하락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 日 맥주 매출 최대 50% 급감, 아사히 1위→7위 수직낙하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대표 상품은 맥주다. 전범기업인 아사히 맥주를 비롯해 기린과 삿포로 등이 불매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수출규제가 이뤄진 지난달 편의점의 일본 맥주 판매는 한 달 전보다 최대 30~50%가량 급감했다.

편의점 CU의 경우, 지난달 전체 맥주 판매는 6월보다 1.9% 늘어난 반면 일본 맥주는 51%나 줄었다. 같은 기간 GS25에서도 일본 맥주 판매가 40.6% 급감했고, 세븐일레븐에서는 33%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대형마트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롯데마트와 이마트·홈플러스는 아예 발주가 멈춰있다. 기존 재고가 다 팔려야 발주가 이뤄지는데 판매가 부진하면서 물량이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발주한 물량이 다 팔리지 않으면 발주가 안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불매운동 여파로 캔맥주 매출 부동의 1위인 아사히는 7위까지 떨어졌다. 기린이치방과 삿포로는 아예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일본이 소재 장비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반감이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주변을 의식해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도 늘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운동을 넘어 판매중단을 시작한다"며 일본 제품 불매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실제 일부 마트에서는 맥주를 비롯한 일본 제품을 진열대에서 빼고, 일본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부 마트와 택배 노동자들도 일본산 제품을 안내하지 않거나, 배송거부에 나서는 등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서울 강서구청 사거리 전광판에 일본제품 불매운동 광고가 나오고 있다. 2019.7.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일본 맥주 불매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안 그래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매 분위기가 더 강해질 수 있어서다.

더욱이 이달부터는 그동안 제공하던 '4캔에 1만원' 행사에서도 일본 맥주가 사라진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까지 일본 맥주 상품의 행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이슈로 일본 맥주의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라며 "이달부터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일본 맥주의 프로모션을 중단하는 대신 국산맥주의 프로모션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 전까지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 판매에 따른 매출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다들 감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더 꼼꼼해진 소비자, 日 원료 사용 제품도 '불매'… 日 프랜차이즈도 영향권

특히 꼼꼼해진 소비자들은 단순 수입품뿐 아니라 일본산 원재료가 들어가는 품목까지 불매운동에 포함시키고 있다.

결국 일부 일본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서둘러 대체재 찾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긴 시간이 촉박하다. 일본을 향한 성난 민심이 자사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국내 식품 업계는 빠르게 '일본 색깔' 지우기를 시작했다. 0.01% 일본산 재료를 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즉석밥은 국산화 작업을 시작했다. 해당 업체는 올해 안에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유가공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 치즈를 국내에 공급한 업체는 현지와 계약을 중단했다. 판매량이 저조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본 불매 운동 여파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공유에 들어가는 향 관련 재료를 쓰는 곳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원재료까지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짙어 지고 있다. 이들 제품까지 불매운동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체 불가' 원재료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즉석밥도 100%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교체는 어렵다. 한동안 일본산 원재료 사용은 불가피하다.

요식업 프랜차이즈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 햄버거·카레·돈가스 매장은 국내 외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불붙은 불매운동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부분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브랜드 자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존처럼 매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아직 불매운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매장이 있다고 보고를 받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일본 결정으로 반일 감정이 퍼질 수 있다는 점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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