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워홈 센트럴 키친을 가보니…하이브리드 장비 '간편식 전진기지'

'멀티' 조리작업 가능한 설비…다품종 생산 최적화
마트에 간편식 10년간 납품…간편식 원조' 자부심

아워홈 CK 핵심 조리시설인 대형 볶음솥. ⓒ 뉴스1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원시동에 위치한 아워홈 안산공장 센트럴 키친 조리가공실. 노릇노릇한 안주 간편식 제품 '대만식 오븐 닭구이'가 오븐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옆에는 양념을 끝낸 닭갈비 조각들이 오븐에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재현 아워홈 안산공장 CK식품파트장은 "센트럴 키친은 한 공간에서 여러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조리가공실에 오븐뿐 아니라 찜기, 대형 직화 볶음솥을 모두 구비했다"며 "보통 전처리부터 포장까지 하나의 라인으로 단일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라면 중앙 조리방식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조리가공실에서 오븐을 지나 또 다른 공간으로 향하니 최대 300인분까지 조리할 수 있는 거대한 직화 볶음솥에서 손질된 불고기감이 쉴 새 없이 볶아지고 있었다. 이 볶음솥은 고기를 볶는 작업뿐 아니라 열을 가하지 않으면 각종 '무침' 작업도 가능하다.

볶음솥처럼 센트럴 키친 안의 많은 설비들은 여러 작업이 가능한 '멀티' 기능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각 제품의 레시피를 정한 후 조리 시간과 온도 등을 조절해 맞춤형(커스터마이징) 생산을 할 수 있다.

김 파트장은 "예를 들어 같은 진미채 볶음이라도 고객사마다 고추장 양념을 달게 해달라거나 집 반찬처럼 해달라는 등 다양한 요구를 하게 된다"며 "포장 설비 역시 틀을 바꿔 끼우면 용기 모양을 10가지 넘게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센트럴 키친 내에는 단체급식장이나 외식 업체에 공급하는 대용량 포장 설비와 함께 1인식이나 반찬 등 각 제품의 특성과 정량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포장이 가능한 설비도 있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곳은 '냉장고 벽'이었다. 전처리 후 채소나 육류를 바로 보관할 수 있도록 작업실 사이 벽에 여러 대에 냉장고가 설치돼 있었다. 이는 아워홈만의 차별화된 조리 방식이다. 원재료를 손질한 후 사람이 옮기는 과정에서의 교차 오염을 막고 단시간 내에 냉각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료를 언제나 신선한 상태에서 조리할 수 있도록 전처리실이나 조리가공실 등 작업장도 평균 10도 이하의 온도를 설정해 놓고 있었다. 물류시스템 전과정을 콜드체인(Cold Chain: 저온유통체계)으로 운영해 생산부터 공급까지 신선도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09년 본격 가동을 시작한 아워홈 안산공장은 연면적 3만 3384㎡, 대지면적 9990㎡ 규모에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총 7개층으로 지어졌다. 이중 1000평 규모의 3층 센트럴 키친은 'Take-out Premium'을 핵심가치로 삼고 약 80종에 이르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 품목은 일반 소매점으로 납품하는 용기형 안주류, 간식류부터 급식업장과 외식브랜드, 일반 식당 등 기업 간 거래(B2B)로 납품되는 반찬류·소스류·샐러드·스테이크 등 다양하다.

아워홈 센트럴키친 포장 설비. ⓒ 뉴스1

◇"소량 간편식 원조는 나"…간편식 시장 진입 '이유있는 자신감'

아워홈은 국내 최초로 센트럴 키친을 도입하며 B2B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센트럴 키친은 반조리 제품, 손질된 원재료 등 고객사에서 원하는 대로 생산하기에 가장 적합한 조리 방식을 갖추고 있다. 아워홈의 매출 중 80%가 B2B 매출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무제 본격 도입으로 급식업장에서도 반조리 식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급식장의 경우 채소를 직접 다듬어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센트럴 키친과 같이 공장에서 제조된 반조리 식품을 공급받아 조리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 가능한 때문이다. 근무자의 노동강도 역시 낮출 수 있다.

이제 아워홈은 B2B 제품 생산 노하우와 안정성을 바탕으로 간편식 시장에 본격 진입할 예정이다. 1인 가구 증가, 혼술 및 혼밥 트렌드 확산, 외식산업의 둔화 등으로 B2B 사업 못지않게 B2C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센트럴 키친은 간편식 시장에서 점유율을 좌우할 주요 거점 기지다. 현재 센트럴 키친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 종류와 생산량은 80여개 품목, 1500톤 수준이다. 2020년까지 150개 품목, 3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안에 닭발, 껍질 등 안주 간편식을 추가로 10종 더 선보이고 반찬류 간편식 출시도 검토 중이다. 간편식에 적합한 포장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유통기한을 늘리고 소비자의 조리 편의성을 증대하는 것과 더불어 친환경 트렌드에 맞게 종이를 사용한 포장재를 개발하는 것 등이 아워홈의 과제다.

그렇다면 이미 수많은 업체가 진입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간편식 시장에서 아워홈이 설 자리가 있을까. 아워홈은 센트럴 키친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후 일찌감치 1인식 간편식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07년 아워홈은 홈플러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인식 간편식 제품을 꾸준히 출시했다. 당시 탕수육, 깐풍기, 칠리새우등 중식 메뉴에서부터 라자냐, 스파게티, 감자탕, 잡채, 맛탕 등 양식과 한식을 총망라한다.

이미 10년 전부터 간편식을 생산할 수 있던 것이 바로 다품종 생산이 가능한 센트럴 키친 덕분이라는 게 아워홈 측의 설명이다. 레시피를 구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근 트렌드에 맞춰 변형한 뒤 시장에 내놓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공고한 지위를 구축한 B2B 사업에서 쌓아온 고객사 맞춤형(커스터마이징) 제품 생산 노하우를 소비자 니즈에 맞춰 진행하면 된다는 포석도 깔렸다. 센트럴 키친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맛 품질에 대한 자부심도 작용했다. 김 파트장은 "단순히 빠르게 만든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맛있게 조리할 수 있도록 제품의 특성을 감안해 조리 속도를 맞추고 그에 맞춰 설비를 추가하면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원에서 레시피를 간소화해 조리공정 단순화해야 맛과 품질, 위생을 다 같이 구현할 수 있다. 조리 공정이 복잡하면 품질 편차가 심해지거나 위생이 불균형할 수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조리 공정 간소화 노하우 역시 아워홈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y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