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편의점에서 로봇카트까지"…유통가, 첨단 신기술 테스트베드 되다

[NYT터닝포인트]유통업계 AI 쇼핑 접목 시도 활발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포인트 2019'가 발간됐다. '터닝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화합의 시대로 가는 항해: 가치와 질서의 재편성'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이마트 자율주행카트 '일라이' ⓒ News1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지금까지 마트의 일상적인 모습은 카트를 끌며 필요한 물건을 담고 줄을 서서 계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앞으로 상당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소비자 움직임에 맞춰 카트가 따라오고, ‘인공 지능’(AI), 로봇이 상품을 추천해 준다. 결제도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다. 첨단 기술과 유통의 결합이 만들어 낸 변화다. 이 같은 변화는 2019년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님, 이 상품 찾으시죠?”…유통가 AI 시대

“어떤 상품을 살까?” 쇼핑 때마다 매번 하던 고민을 이제는 덜게 됐다. AI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알아서 척척 추천해 준다.

그동안 구매 이력은 물론 비슷한 성향 소비자들의 구매 내역과 같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트렌드 제안은 물론 제품 개발까지 AI가 유통 속으로 들어온 덕이다.

대부분의 기업 화두 중 하나가 AI다. 그중에서도 유통 공룡인 롯데그룹이 적극적이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디지털 전환’에 맞춰 AI와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CT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AI 쇼핑 가이드 ‘로사’는 고객들의 쇼핑을 돕고 있다. 맞춤형 상품 추천은 물론 트렌드 제안 기능까지 쇼핑 도우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일 “로사가 발전을 거듭하면 상품 기획 자체를 AI가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며 “데이터가 쌓이면서 다양한 시도를 덧붙일 수 있는 것이 강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홈쇼핑도 최근 챗봇을 활용한 상담 시스템 등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적용한 상담 주문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고객의 구매 성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목표다.

식품 업계에서도 롯데제과가 눈에 띈다. AI 시스템인 ‘엘시아’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과자를 개발하고 있다. ‘빼빼로 카카오닙스’와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가 엘시아의 작품이다. 최근엔 AI 맞춤형 캐릭터 로봇 ‘쵸니봇’과 AI 기술을 접목한 안내 로봇 ‘스윗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세계도 적극적이다. SSG닷컴은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를 활용해 24시간 고객 응대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AI 고객 분석 시스템인 ‘S마인드’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했다. S마인드는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백화점 역시 네이버 AI 스피커인 ‘클로바’와 제휴를 통해 ‘음성 쇼핑 안내 서비스’를 도입했다. 클로바 이용 고객은 백화점 매장 위치부터 영업 정보와 최저가 검색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오프라인 유통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AI 로봇 ⓒ News1

◇“끌지 마세요, 따라갑니다”…로봇 카트 나온다

그동안 장 볼 때마다 번거롭게 끌고 다녀야 했던 카트도 달라진다. 끌지 않아도 저절로 고객을 따라다닌다.

이마트가 먼저 첫발을 뗐다. 지난 4월 선보인 자율주행 스마트 카트 ‘일라이(eli)’가 대표적이다. 사람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음성·상품 등의 인식 센서를 통해 상품이 있는 자리로 고객을 안내하거나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다닌다.

이마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LG전자와 손잡고 진화한 스마트 카트를 선보이기로 했다. 고객이 직접 카트를 밀 필요 없이 카트가 고객을 따라 스스로 이동하게 하는 ‘고객 추종 기능’에 개발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사물 인식 기능을 통해 장애물도 스스로 피해 움직이게 하고, 음성인식·안내·결제·추종 등 세부 기능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실제 고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형태준 이마트 전략본부 본부장은 “S랩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최신 IT 혁신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해 왔다”며 “스마트 카트 개발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편리하고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미래 디지털 쇼핑 환경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카트를 준비 중인 곳은 이마트만이 아니다. 네이버랩스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제품박람회(CES) 2019’에 ‘에어카트’ 로봇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 편의점 ⓒ News1

◇“점원이 사라졌다”…스마트 편의점 시대

편의점도 똑똑해졌다. 사람 손을 거쳐야 했던 일이 확 줄어들었다.

서울 마곡 사이언스파크 LG CNS 본사에 있는 GS25 편의점은 대표적인 스마트 편의점이다. 출입부터 상품 결제까지 첨단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셀프 결제 테이블 판에 고른 물건을 올리면 이미지와 무게를 감지해 바로 가격이 나온다. 줄 서서 결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재고를 관리하고 매장을 점검하는 직원도 없다. 상품 발주는 팔림새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이뤄지고, 품절 여부도 매대에 있는 센서가 알려준다.

경쟁사인 CU도 차세대 편의점 개발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편의점 근무자를 위한 AI 도우미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스마트폰 하나로 상품 스캔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고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비대면 결제 시스템인 ‘CU 바이셀프(Buy-Self)’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에 바이셀프 앱이 설치돼 있으면 상품 선택부터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멤버십 포인트 적립과 제휴 통신사 할인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세븐일레븐은 대표 미래형 점포 모델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 최초의 핸드페이(Hand-Pay) 기반 스마트 편의점으로, 손바닥 정맥을 인식해 결제가 이뤄진다. 또 무인 계산대와 보안 게이트, 스마트 CCTV 등 주요 시설 장비와 전산 장비에는 관리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이상 유무를 점검한다. 문제가 생기면 점주와 콜센터, 점포 관리자에게 알려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김영혁 세븐일레븐 기획부문장은 “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편의점 모델로서 고객에겐 편리하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경영주에겐 양질의 업무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 채널도 무인화 흐름에 합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유통매장’ 연구에 나섰다. 오는 2020년 문을 열 ‘여의도점’에 아마존의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할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무인화 추세가 뚜렷하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이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아르바이트생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06년 600억 원대에 불과하던 시장이 10년 만에 4배 넘게 커졌다.

다만, 무인 매장이 대중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기술 개발이 초기 단계이고, 보안 문제나 사회적 인식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새로운 유통 환경은 한 번에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