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쿠션팩트' 특허, 대법원 '불인정' 왜?
핵심쟁점 폴리에테르 타입 우레탄폼 '신규성·진보성'
세계최초 쿠션팩트 '아이오페 에어쿠션' 강조했는데 '복병' 만나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쿠션팩트' 화장품 특허권을 둘러싼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 간 법정 공방에서 코스맥스가 최종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이 그동안 내세웠던 최초 개발 '원조 지위'와 '로열티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 세계 최초의 쿠션팩트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출시, 쿠션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K-뷰티' 우수성을 알렸다고 자부해 왔다. 크리스찬디올과 기술을 이전 수출 계약을 맺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로열티'를 받아오기도 했다.
16일 화장품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아모레퍼시픽이 쿠션 팩트의 특허를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말 그대로 다툼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어서 기존 판결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특허법원은 지난 2월 코스맥스 등 6개 화장품 업체가 제기한 특허무효 소송과 아모레퍼시픽이 코스맥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병합 심리했다. 법원은 '이번 기술은 전보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해 특허무효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쿠션팩트 관련 특허를 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일까.
특허정보검색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3월24일 '화장료 조성물이 합침된 발포 우레탄 폼을 포함하는 화장품'이라는 이름으로 쿠션팩트의 특허를 신청했다. 해당 특허는 2013년 4월17일 등록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팩트가 에테르폴리머(폴리에테르) 타입의 발포 우레탄폼을 이용한 새로운 화장품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발포 우레탄폼은 에스테르폴리머(폴리에스테르)와 에테르폴리머 두 종류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폴리에테르폼 타입의 발포 우레탄폼이 기존의 에스테르폼에 비해 표면이 부드럽고 습도에 강했다. 에스테르폼은 축축한 환경에서 부서지는 성향이 나타났고 셀(Cell) 구조가 너무 작아 공기 투과성이 낮다는 것이다.
반면 코스맥스는 1982년 피부관리용 스펀지란 명칭으로, 2009년엔 '발포 우레탄폼에 함침시켜 제조하는 자외선 차단 화장품'이라는 명칭으로 관련 제품을 선행 발명했다고 맞서며 2015년 10월 특허 무효 소송을 냈다.
해당 소송에는 코스맥스를 포함해 △에이블씨엔씨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투쿨포스쿨 △에프앤코 등이 원고로 참여했다.
특허무효소송 1심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이겼지만 2심인 특허법원은 지난 2월 해당 특허가 '진보성이 결여된다'고 판단하고 코스맥스 손을 들어줬다. 아모레퍼시픽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간 공방의 핵심은 '폴리에테르 타입 우레탄폼 재질의 신규성 및 진보성'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내구성이 약한 폴리에스테르 타입 우레탄폼 재질의 단점을 개선했고 화장품 제형의 안정성과 화장품의 휴대성 등이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특허 주장이 코스맥스가 내세운 선행 발명 반박 논지에 신규성과 진보성이 부정됐을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일반적으로 기술자가 선행 발명에 의해 쉽게 발명할 수 있어 신규성과 진보성이 충분치 못했다는 의미다.
2심 재판부는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특허는 업계 기술자라면 기존 특허를 토대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기존 특허를 뛰어넘는 새로운 속성을 발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도 "발포 우레탄 폼은 애초에 두 가지로 에테르이냐, 에스테르냐의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기존 특허가 에스테르였다면 아모레의 특허는 에테르로 바꾸기만 한 것이어서 특허권이 성립하지 않는 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쿠션 기술력에 대한 특허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생건은 아모레퍼시픽이 2012년 6월 '자외선차단제엔 발포우레탄 폼이 가장 최적의 스펀지'란 내용으로 특허출원하자 '신규성 결여'를 이유로 특허무효소송을 냈고 당시 1심은 LG생건 손을 들어줬다.
LG생건은 기세를 몰아 아모레퍼시픽의 '화장료 조성물이 합침된 발포 우레탄 폼을 포함하는 화장품' 특허에 대해서도 무효 심판을 청구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승소했다. 양사 간 특허 소송은 2014년에도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건의 브랜드(숨37·오휘·더페이스샵·비욘드 등) 쿠션 제품에 잇따라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던 양사는 2015년11월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특허와 LG생건의 치아미백패치 적용 특허를 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하면서 특허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양사의 공방을 조용히 지켜보던 코스맥스는 합의를 한 달 앞두고 아모레퍼시픽에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의 쿠션팩트를 통한 로열티 수익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LVMH' '크리스찬디올' 등에서 받아오던 로열티를 청구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로열티 반환 소송 등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현재까지 로열티 지급 관련 반환 소송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2016년 말 계약해 2017년 한 해 동안 지불했기 때문에 로열티 지급 규모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세대 쿠션부터 현 4세대 쿠션에 이르기까지 약 10년간 쿠션 혁신 기술 연구에 집중했다고 강조해왔다. 쿠션 특허 기술과 관련해 현재기준 한국·중국·미국·일본·유럽 등에서 수십 개의 특허를 등록해둔 상태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쉽기는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인 만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본 특허소송 관련 외에도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를 통해 다양한 쿠션 제품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쿠션 제품의 기술력을 보호하고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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