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소비자 '뚜껑' 열리기 전에 도시락 뚜껑 바꾼다"
환경호르몬 우려에 친환경소재로 변경…GS25 이어 CU·세븐일레븐도 준비중
PS·PET 소재 대신 PP소재로 교체
- 정혜민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뚜껑 열리지 않게 뚜껑 바꾼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가 일제히 도시락 '뚜껑' 교체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한끼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환경호르몬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 용기 재질은 크게 폴리스티렌(PS)과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프로필렌(PP) 등 세 종류다. 음식을 담는 부분은 환경호르몬 우려가 없는 PP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뚜껑의 경우 PS와 PET가 사용되고 있어 뚜껑을 닫은 채 전자레인지에 조리할 경우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이런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뚜껑도 PP소재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GS25, 친환경 소재로 변경…CU·세븐일레븐, 상반기 내 소재 바꿀 계획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 뚜껑 소재를 식약처가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물질'로 안내한 PP로 바꾸고 있다.
식약처 역시 PS는 내열성이 낮아 고온에서 녹을 수 있다며 '전자레인지 사용 불가'로 판정하고 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는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도시락 뚜껑 소재를 PP와 친환경 신소재 에코젠(ECOZEN)로 교체했다. 이어 최근에는 커피 온음료 컵뚜껑 역시 친환경 재질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GS25 관계자는 "PS나 PET 유해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아예 불식시키기 위해서 소재를 PP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과 BGF리테일의 CU도 편의점 도시락 뚜껑의 소재를 변경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우려를 덜 방침이다. CU는 4월 말까지 도시락 전 제품의 뚜껑 소재를 변경할 계획이다.
현재 CU 도시락 12종 중 4종의 뚜껑은 내열성 PET와 OPS(연신폴리스틸렌)로 만들어져 뚜껑을 덮은 상태에서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8종은 비내열성 PET 등 기타 소재로 만들어져 뚜껑을 제거하고 데워야 한다.
세븐일레븐은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에는 도시락을 포함해 모든 푸드 제품의 용기 뚜껑을 PP로 변경할 방침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 연구·개발을 종료하고 테스트 단계에 있다"며 "조리면의 경우에는 지금도 뚜껑을 PP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관, PS·PET 안전성 우려 제기…식약처, "유해 주장 '사실무근'"
하지만 PS와 PET의 환경호르몬 우려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먼저 한국소비자원은 전문가 자문을 인용해 폴리스티렌(PS)과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는 내열성이 약해 전자레인지로 가열 시 변형될 수 있으며 변형과정에서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여성환경연대 역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자료를 통해 PS 소재를 사용할 경우 소비자가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대체할 것을 권장했다.
소비자원이 2016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뚜껑을 제거하지 않고 편의점 도시락을 가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920명) 중 73.6%(677명)만 주의 문구를 확인했으며 이 중에서 28.8%만 뚜껑을 완전히 제거하고 조리했다.
지난해 10월 여성환경연대는 커피전문점 24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96%(23곳)에서 PS 재질의 컵뚜껑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PP 컵뚜껑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4%(1곳)에 불과했다.
편의점 도시락을 생산하는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도시락 몸체는 PP로 만들어져 있으며 식약처도 PP의 안전성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며 "다만 PET 소재의 뚜껑은 벗기고 조리할 것을 조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약처는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면 내분비계장애물질(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인식과 달리 PP 뿐만 아니라 PS, PET 모두 내분비계장애물질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와 비스페놀A(BPA)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으므로 환경호르몬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가소제인 DEHP가 들어간 폴리염화비닐(PVC) 등은 가열 시 내분비계교란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플라스틱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인식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PP와 PS, PET 등의 소재의 용출 물질에 대해서는 식약처가 기준 규격을 가지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이들 소재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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