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기저귀 석유냄새' 조사 착수에 "나도 경험했다" 봇물
부모들 '불안감' 표출…B사 제품에서도 '석유냄새' 호소
냄새란 자의적 기준·제도 미흡 등 조사 어려움
- 양종곤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한국소비자원이 '기저귀 석유냄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같은 경험했다는 글들이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원 조사를 통해 그동안 부모 사이에서 회자된 '기저귀 석유냄새'의 명확한 원인과 인체 위해성 여부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조사는 시작부터 결과 발표까지 어려움 투성이다.
◇"독한 냄새, 아이 건강에 이롭겠냐"…부모들 '불안감' 커져
11일 주요 포털사이트 내 어머니들이 주로 회원인 온라인 카페에는 석유냄새가 나는 기저귀에 대한 글들이 올라와있다. 3월8일 <뉴스1>이 소비자원이 이 제품 조사를 착수했다는 보도 후 9일 기준으로 30여 곳의 카페와 블로그에 관련 글이 게시돼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3월7일 보도 : [단독] "기저귀에서 석유냄새 난다"…소비자원, 제품조사 착수>
글들은 자신도 같은 일을 경험했다는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비자원이 제보받은 A제품 이외 업체 제품에서도 석유냄새가 났다는 경험이 적지 않아 석유냄새가 특정 제품이 아니라 기저귀 전반의 문제로 풀이된다.
한 네티즌은 '새 것(기저귀)을 뜯으면 냄새가 났다'는 글을, 다른 네티즌은 '석유냄새가 코를 찔러 놀랐다, 이렇게 독한 냄새가 아이에게 좋을 리 없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다른 네티즌은 '냄새가 찝찝해서 버리려다가 그냥 쓴다'고 하소연했다.
B사 기저귀에서도 '석유 냄새'가 난다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부모들는 냄새가 너무 심해 새 기저귀를 빨래건조대에 하루나 이틀 정도 널어놓은 후 사용한다는 글도 올라온다.
기저귀의 석유냄새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다른 네티즌은 2012년 3월 인터넷 카페에 '석유냄새가 난다, 이 제품 써도 괜찮은가'라는 글을 남기는 등 온라인 상에서 관련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상당수 부모들은 궁금함과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는 시중에 유통 중인 기저귀를 조사해 유해 성분이 발견되면 이를 발표하고 회수하거나 폐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석유냄새를 이유로 기저귀를 회수하거나 폐기한 사례는 없었다.
정부가 선뜻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던 것은 냄새를 느끼는 정도가 소비자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 조사가 이뤄지려면 명확한 기준과 사례가 필요해 석유냄새는 분석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셈이다.
◇사각지대 놓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소비자원 조사 '첩첩산중'
소비자원은 석유냄새를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중에는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물질이 있고 이는 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사회적인 논란으로 확산된 생리대 위해성 논란 역시 이 성분이 검출되면서 확산됐다.
하지만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석유 냄새의 원인이라고 밝히기 어렵고 확인되더라도 제재가 쉽지 않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기저귀만 적용할 수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허용량 규정이 없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에 적용되는 기준치를 쓸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아기 피부에 닿는 기저귀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제품 내 휘발성 유기화합물 자체를 분석하는 것도 어렵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말 기저귀 87개사 370개 품목에 대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 조사를 진행해 유해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파악한 휘발성 유기화합물 종류는 74종에 이른다. 나머지 64종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부모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10종만 분석하는데도 기간이 3개월가량 소요됐다. 나머지 64종까지 다 분석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제품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함유된 탓에 석유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도 '위해한 제품'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 아니라 기준치 이하로는 쓸 수 있는 물질이다. 기준치 이하인 경우 인체에 위해하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리대 위해 논란을 거치며 무조건 위험 물질인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에는 피톤치드와 같은 몸에 이롭다고 알려진 물질도 포함돼 있다.
또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운데 7종은 현대과학 수준에서 위해 평가가 불가능하다. 독성물질은 피부 접촉 보다 코로 흡입할 때 더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도 기저귀 석유냄새의 위해성 규명이 쉽지 않은 이유다.
소비자원은 제보받은 제품의 성분 및 위해성 조사를 마치지 않아 아직 제품명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고 애꿎은 기저귀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원이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확인하면 제품의 리콜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제품의 리콜을 해당 업체에 권고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기관이다.
만일 소비자원이 해결하지 못하면 '공'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넘겨진다. 지난해 위생용품관리법 제정안에 따라 위생용품으로 분류된 기저귀는 담당 부처가 내달부터 산업부에서 식약처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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