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 지역 살렸죠"…'30년지기' 한샘 떠나보내는 방배동 상권
한샘, 방배동서 상암동으로 사옥이전…"직원의견 수렴"
"전보다 매출 10% 줄 듯"…지역상권, 우려반 기대반
- 양종곤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한샘은 방배동 본사뿐 아니라 여러 건물에 입주해 있어요. 한샘 직원들이 점심, 저녁에 쓰는 돈을 감안하면 전보다 10% 정도 매출이 줄지 않을까요."(서울 방배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지난 14일 오전 한샘 방배동 사옥 주변 상인들은 연내로 앞당겨진 한샘 본사 이전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들은 카페골목 상권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던 한샘이 이주를 결정하자 기대와 우려가 섞인 목소리를 냈다.
가구회사 한샘의 사옥 이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임직원 2900여명 가운데 700여명 직원을 수용하기에는 방배동 사옥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회사 규모에 따라 늘어난 사업부와 계열사들은 인근에서 사무실 공간을 빌려 운영됐다. 여기에 방배동 사옥 주변은 재개발 예정지역이어서 한샘은 몇년 전부터 방배동을 떠날 준비를 해왔다.
신사옥을 세우기 위해 2013년 문정동 부지를 매입했던 한샘은 올해 5월 1485억원에 상암동 팬택빌딩을 구매하면서 본사 이전 계획을 변경했다. 당시만하더라도 "이전은 2년 후 이뤄질 것"이라는 게 한샘의 공식입장이었지만 시기가 연내로 앞당겨졌다. 서래마을 근처에 마련한 '제 2사옥'이 8월이면 임대계약이 만료돼 이 곳 인원이 근무할 곳이 필요했다.
한샘은 30여년간 사옥 일대 상권의 지탱하도록 도와준 '큰 손'이었다. 방배동 사옥 주변에서 5년동안 식당을 했던 B씨는 "주변 상권은 한샘이 먹여 살렸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방배동 사옥 내에는 구내식당이 없어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무리지어 지역 식당을 향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사옥 주변으로는 10여곳이 커피전문점이 운영되고 있다. 또 이 사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2사옥 근처도 마땅한 식당이 없어 방배동 사옥 주변 식당으로 모였다.
저녁도 마찬가지다. 내근 보다 일선에서 영업을 하는 직원들의 경우 팀별로 인근에서 식사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언이다. 한샘은 전체 직원의 3분의 1 수준인 1000여명이 영업직원이다.
한샘 입장에서도 방배동은 의미가 깊은 지역이다. 한샘은 1973년 설립될 당시 부엌가구 전문회사였다. 현재 연 매출액 2조원 돌파를 목전에 둔 한샘의 성장기반은 대형 매장(플래그샵)인데 1호점이 방배동 사옥을 마주해 자리잡고 있다.
한샘 이전에 대해 주변 상인들이 걱정만 하는 것은 아니다.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내년 재개발이 시작되면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며 "거주와 유흥가(까페골목)로 나뉜 지역 느낌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옥 인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C씨는 "한샘 이전이 이뤄진 뒤에 생각할 일"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샘은 방배동 사옥을 어떻게 활용할지 확정하지 않았다.
지역상인 D씨는 "지역 축제가 있으면 성금을 보내온 적도 있다"며 한샘의 사옥 이전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한샘은 2014년 창립 44주년을 맞아 지역주민을 초청해 음악회와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한샘 관계자는 "사내회의에서 주민을 위한 행사를 열자는 아이디어를 듣고 최양하 회장이 행사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이주 당사자인 한샘 직원들은 이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암동 사옥 이주에 맞춰 새로 집을 구하거나 자녀를 맡길 어린이집을 알아봐야하는 직원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샘은 사옥 2층에 직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지상 11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2대뿐일 정도로 노후화된 건물을 떠나는 데에 대한 기대감이 큰 직원들도 있다. 한샘은 13~14일 사옥 1층에 의견함을 마련해 이전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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