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매점서는 파는데"…자판기 탄산음료 판매금지 '논란'

서울시 자판기 탄산음료 판매금지 '탁상행정'
"반박 위해 현황 파악 중"…"美 법원서도 위법 판결"

탄산음료에 대한 경고문이 붙은 자판기. (서울시 제공)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서울시가 시민 건강을 위해 지하철 등 공공시설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장소의 매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탄산음료를 판매하면서 자판기만 규제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의 탁상행정이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음료제조사들은 법적 근거와 현황파악에 나서는 등 정면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탄산음료 과다 섭취로 인한 영양소 섭취 불균형과 비만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한다.

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자판기 320대는 다음 달부터, 위탁 운영하는 자판기 229대에서는 내년 재계약 때부터 탄산음료가 사라질 예정이다. 다만 탄산가스만 넣은 천연 탄산수는 예외다.

현재 1~8호선 지하철 역사의 탄산음료를 건강음료로 바꾸도록 권고한 상태이며 민간이 자판기를 운영하는 지하철 9호선은 탄산음료 비치율을 현행 20%에서 10%로 낮추도록 공문을 보냈다.

또 모든 지하철 내 탄산음료 자판기에는 탄산음료가 영양소 섭취 불균형과 비만, 골다공증, 충치, 지방간 등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부착된다.

서울시가 탄산음료나 에너지 음료가 없는 이른바 '건강자판기'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탄산음료로 인한 비만, 당뇨, 골다공증 등의 질환을 막겠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는 초·중·고등학교에서의 탄산음료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후 공공기관이 탄산음료 판매금지 관련 규제를 내세운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의견과 시민 건강을 위해 사라져야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또 음료제조사들의 경우 직접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법적 검토를 포함한 정면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집단반발 등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A음료업체 관계자는 "계도기간도 없이 당장 다음달부터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동일한 장소의 매점이나 편의점에서는 그대로 유지하는데 자판기만 문제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음료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 최초로 탄산음료 제한 정책을 도입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서울시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미국에서도 시행되지 못한 법을 국내에서 강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j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