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담배회사·편의점의 현대판 '허생전'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지난 13일 담배 사재기 행위를 취재하던 도중 한 담배회사 영업사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담배제조사와 소매점들은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이뤄진 사재기에 대해 '윈윈(Win-Win)'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김태환 국회 기획재정위 의원은 지난달 일선 편의점에 입고된 일부 담배의 제조일자가 지난해 9월경인 것으로 나타 담배사재기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U의 경우 담뱃값 인상이 발표된 9월말 재고가 1623만갑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에 보다 347%나 늘어난 수치다. GS25의 경우 82% 급증했다.
담뱃값 인상 하루 전인 12월 31일 편의점 업체들이 확보한 담배 물량은 CU가 1500만갑으로 가장 많았으며 GS25가 1300만갑, 세븐일레븐이 600만갑에 달한다. 또 담배업계가 정부에 신고한 담배 유통량 역시 지난달 200만 갑으로 지난해 3월보다 138만 갑 줄었다.
사재기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수치들이다.
이날 한 증권사에서는 편의점 사업을 하고 있는 GS리테일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영향이 그 이유였다.
인상된 담뱃값 대부분이 세금으로 구성돼 있다. 편의점 등 소매 판매업체들의 마진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 측의 제공하는 자료로 실적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담배 가격 인상효과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의견을 냈다. 담배 사재기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이 차익으로인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당수익을 얻은 점도 자명하다. 양심선언을 한 KT&G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이 회사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재고차익을 4년이라는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사회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액만 무려 3300억원이다.
반면 BAT코리아와 필립모리스, JTI 등 외국계 담배제조업체들과 편의점 업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방관만 하고 있으니 당연한 상황이다. 담뱃세 인상 당시 그토록 적극적이었던 정부가 소극적인 대처로 시장을 혼란케 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일선 담배회사 영업직원 입에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가.
지금 당장이라도 담배 포장을 바꾸고 사재기 행위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실시해야한다. 그 즉시 전국의 숨겨둔 담배물량들이 대거 쏟아져나오는 진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시세차익부터 정부의 허술한 관리까지 매점매석으로 나라를 흔들었던 '허생전' 내용과 다를바가 없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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