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단속 나왔어요? 물건 없어요"…더 치밀해진 담배 암거래시장

면세·군납 담배 브로커 통해 받아…"낮엔 단속 심해 야간에 노인층 대상 판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는 여전히 불법담배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제품 전문점이 위치한 대부분의 건물마다 면세담배를 팔고 있다는 증언을 들었지만 상인들은 집중 단속을 피하기 위해 판매를 꺼리고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 News1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단속이 심해서 우리는 안팔아요. 저기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는 아직 파니까 그쪽으로 가보세요."

면세담배를 사러 왔다는 말에 남대문 시장에서 수입물품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이 대답했다.

20일 서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 서울풍물시장을 찾아 면세담배를 판매해왔던 곳들을 30여 곳 이상 찾아본 결과 아무곳에서도 담배를 살 수 없었다.

일부 상점의 경우에는 천으로 가린 가판 안쪽 밑 박스를 채운 담배 박스가 보이는데도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 동대문구 한 시장에서는 담배판매점 표시가 된 잡화점 상인을 찾아 담배를 사러 왔다고 말하자 표시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팔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담배를 꺼내놓고 소량으로 판매하는 상점을 찾아가 국산 담배 1갑을 구매하며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물었다. 그러자 "OO동 OO호에 가면 싸게 팔고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소매상인이 알려준 곳으로 찾아가 면세담배를 사러 왔다고 말하자 되돌아온 대답은 "단속 나왔어요?"라는 반문이었다. 단속반이 아니라는 해명과 함께 담배를 싸게 파는 곳으로 소개 받았다고 했지만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팔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최초로 장소를 알려준 소매상인을 다시 찾아가서 단속반으로 오해하고 담배를 팔지 않는다는 사정 설명을 했다. 이후 다른 판매점은 없는지 질문하자 그는 "젊은사람이 여기까지와서 싼 담배를 찾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최근 단속이 강화된 관계로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아니면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에 위치한 동대문시장 수입제품 전문 상점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팔긴 파는데 공무원들이 활동하는 낮에는 안판다"며 "어느 상점을 가더라도 시장 상인이 아니면 젊은사람에게는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면세담배를 판매해 온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시장에는 제품을 구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변상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여전히 일부 고객 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 News1

동대문구에 위치한 시장에서 면세담배가 유통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구입에는 실패한 상황이었다. 이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대문시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남대문 시장의 경우 가장 많은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 한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수입제품 코너를 찾아 면세담배 구매의사를 비추자 면세담배 판매점 위치를 알려줬다.

상인이 알려준 곳으로 찾아가 담배를 사러왔다고 묻자 면세담배 판매점 상인은 "또 단속나왔어요?"라고 되물었다. 단속 나온 것이 아니고 싼값에 담배를 구매하고자 찾아왔다고 말하자 그는 "담뱃값 인상 이후 물량도 많이 줄었고 단속이 심해서 앞으로 팔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상인에게서는 다른 곳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들에게 담배를 공급하는 전문 브로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인은 "이제 안팔기로 했으니까 말해주는 것"이라며 "여기서 돌고 있는 담배는 군납제품이 많은데 특정 위치에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제품을 쌓아둔 뒤 일정 시기마다 공급받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이어서 "상당수가 미군부대로 들어가는 물량이라고 들었는데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외국담배 제품도 같은 브로커가 공급해준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들은 뒤 남대문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수입담배 전문점을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진 'ㅅ' 담배판매점과 'ㅇ' 담배판매점에 도착했지만 담배를 살 수 없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대문 시장에서는 취재를 경계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면세담배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변 상인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찾아간 판매점마다 단속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사진= 장도민 기자 ⓒ News1

혹시 장소를 옮긴 것은 아닌지 주위를 서성이며 두리번거리자 주변 상인으로부터 "비슷한 손님이 많았다"는 말과 함께 영업이 정지돼 이제는 팔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결국 동대문 지역에 위치한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남대문 시장에서도 담배를 구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었다.

수입제품 전문점의 한 상인은 "O동 계단 뒤로 가서 OO할머니를 찾으면 된다"고 조언했고 이를 토대로 장소를 찾아가 본 결과 아무런 물품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인을 볼 수 있었다.

다가가 담배 구매 의사를 비추자 해당 상인은 "딱 보니 방송국 아니면 단속 나온 사람이네"라는 말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단속과 언론 노출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기존에 담배를 판매해왔다는 한 수입주류 판매업자는 "지금 팔지 않고 있지만 계속 판매했다면 보루 당 3만5000원씩 받았을 것"이라며 "지난해 말에 공무원들이 남대문 시장 전체를 조사한 뒤 단속이 심해져 몸사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j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