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에어쿠션을 지켜라"…'특허 비상령'

랑콤, 아모레 '에어쿠션'과 비슷한 '기적의 쿠션' 佛 출시
아모레 "특허 침해시 법적대응"…국내 중소업체까지 경고장 보내

사진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쿠션류 제품 스펀지 확대컷, 랑콤이 출시한 ´미라클 쿠션´. ⓒ News1

(서울=뉴스1) 김효진 기자 = 아모레퍼시픽 내부에 '특허 비상령'이 내려졌다.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과 크리스찬 디올이 아모레퍼시픽의 히트상품인 '쿠션류' 화장품을 모방하고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강경 대응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최근 특허와 관련된 조직을 강화하면서 국내 중소업체들에게도 '특허 침해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발송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러한 행보가 화장품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로레알이 말한 기적은 아모레?…'미투상품' 논란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레알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랑콤은 지난 2일 프랑스에서 쿠션형 파운데이션 제품인 '미라클 쿠션' 판매를 시작했다. 랑콤은 이 제품을 '쿠션 크림을 퍼프로 찍어 얼굴에 부드럽게 두드리면 된다'며 '기적의 쿠션'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앞서 랑콤은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에 의뢰해 쿠션류 화장품을 전 세계에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크리스찬 디올도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쿠션류 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 출시를 시작으로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문이다. '주차확인 도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제품으로 파운데이션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퍼프로 찍어 바를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은 3초에 한 개씩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제품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서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에어쿠션은 여성들의 화장법을 바꾼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종종 소개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기술과 관련해 현재 한국,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에 11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 등록은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에 13건을 완료했다. 로레알 등 글로벌 업체의 경우 출시 제품의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심도있는 조사를 한 후 대응할 계획이다.

◇ 아모레퍼시픽이 낸 특허는 무엇?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서도 LG생활건강과 관련한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핵심은 총 3건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3년 4월 특정 스펀지 재질(에테르폼)을 사용한 내구성에 관해 특허를 등록했다. LG생건은 곧바로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의 손을 들어줬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월 스펀지의 단단함(경도) 등에 대한 특허를 추가로 등록했고 LG생건과 더페이스샵에 특허권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된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특허가 다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외선 차단제의 내용물을 만든 후 발포우레탄 폼이 가장 최적의 스펀지임을 확인하고 지난 2012년 6월 특허를 출원했다. 이에 LG생건은 '에어쿠션 관련 특허 발명에는 신규성이 없다'며 특허등록 무효소송을 냈고 무효 판결이 났다.

아모레퍼시픽이 유럽에서 특허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럽에서 특허 출원은 완료했지만 등록은 아직 준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신생기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브랜드력이나 유통망에서 밀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열심히 연구개발한 제품인 만큼 특허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강경 대응' 나선 아모레퍼시픽…국내 화장품시장 판도 바꿀까

아모레퍼시픽의 이러한 행보는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존 화장품 시장에는 '미투 상품(Me-too·모방)'이 유행처럼 쏟아지곤 했다. 2008년 자외선 차단제인 '선밤'을 비롯 'BB크림', '황토팩', '진동파운데이션', 'CC크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소업체들에게도 특허 침해에 관한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2002년 브랜드숍이 등장하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일반화 됐기 때문에 한 가지 히트 상품이 나오면 여기저기서 따라하기 바빴다"며 "그러나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행보로 중소형 업체들은 쿠션류 제품 판매를 접고 있어 업계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법무실내 있던 지식재산팀을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지식재산실에서 상표·특허와 관련된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3년 쿠션류 제품으로만 32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해 매출은 60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세계 굴지의 화장품 기업들이 역사상 최초로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따라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특허 제품을 그대로 베낌으로써 무단 편승, 무임 승차하려는 경우에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