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아들'도 글로벌 현장에선 '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라이온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2012.10.31 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라이온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2012.10.31 뉴스1 © News1

지난 5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전격승진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평생 '갑'으로만 살 것 같은 이 부회장의 올 한해 행보를 살펴보면 '을'로서 전 세계를 누벼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해외 출장은 대부분 '요청'이나 '협조', '마케팅'을 위한 것이거나 '고객'과의 만남이 주 목적이었다.

올해 초 이재용 당시 사장(COO)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2012'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이 사장은 전용기를 이용한 다른 삼성전자 사장단과 달리 아버지의 생일 잔치에 참석한 후 민간 항공기를 타고 이동했다.

그는 공항에 나온 기자들에게 회의 약속이 빼곡히 적힌 일정표를 보여주며 "이번 행사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고객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통신사들에게 삼성 휴대폰을 많이 팔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CES'에는 전 세계의 정보통신기술(IT)이나 전자 업체들이 총 집합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이재용 사장은 'CES2012'가 열리는 4일내내 고객사와 만남을 가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제네럴모터스(GM)와 도요타, BMW, 폭스바겐 등 유수의 자동차 회사 CEO들과도 회동을 하면서 삼성이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자 회사 사장으로서 자동차용 전자부품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서 비롯된 오해로 밝혀졌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용 배터리와 자동차용 반도체, OELD 등 차세대 전자부품에 특별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국과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업계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 등 중화권에서도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올해 리커창 부총리와 수차례 만나 면담을 했다. 지난 6월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장원기 삼성 중국본사 사장 등과 함께 유력한 차기 총리인 리커창 부총리에게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그룹 전체의 중국 사업 추진 현황을 소개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도 이 부회장은 '을'이었다.

리 부총리와의 면담을 마치고 귀국한 최지성 실장과 권오현 부회장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같은날 저녁 홍콩을 방문해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만남을 추가로 갖고 다음날 전용기를 타고 귀국했다.

이 같은 행보는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제2 신경영'의 일환으로, 중국대륙 공략을 본격화하는 야심찬 사업비전이 녹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9월 이건희 회장과 아시아 대표적 기업인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 및 경영진을 만나는 자리에 배석해 휴대폰과 네트워크 사업 분야에서 삼성과 청쿵그룹의 기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하기도 했다. 이 만남은 리카싱 회장의 장남인 빅터 리와 친분이 있는 이 부회장이 직접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주에서는 지난 7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 팀 쿡 애플 CEO,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CEO 등이 자리하는 선밸리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해 미디어 및 IT업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부품 부문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 세계를 누빈 데 이어 세트 부문에서의 사업도 꼼꼼하게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에는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미국 현지에서 거래처와 미팅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휴대폰 업계의 '갑'으로 통하는 이동통신사들인 버라이즌과 AT&T, 스프린트 등을 찾아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의 판매 확대 방안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또한 멕시코로 이동해 텔맥스텔레콤과 아메리카모빌의 총수인 카를로스 슬림 회장을 만나 유무선 통신사업과 관련한 사업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로 삼성전자가 경쟁사와의 경쟁관계를 조정하고 협력할 수 있게 됐고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해 올해 창립 이래 최대의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유럽발 경제 위기 등으로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TV,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공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5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song6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