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회사가 '김 사업'을?…삼천리 이유 있는 '빅딜'

삼천리, 성경식품 1200억에 인수…'검은 반도체' 신사업 점찍어
美 무관세로 성장세 가속 페달…오너3세 경영 본격화 관측도

이은선 삼천리 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성경식품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삼천리그룹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1위 도시가스업체 삼천리(004690)그룹이 국내 3대 김 제조사 성경식품을 인수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도시가스와 김 사업의 연관성이 전혀 없는 탓이다.

하지만 국산 조미김은 올해 사상 첫 10억 달러 수출탑을 쌓으며 '검은 반도체' 위상을 공고히 했다. 여기에 미국 관세까지 면제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삼천리가 '새 먹거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매년 14% 성장 '검은 반도체'…美 무관세로 '날개'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천리그룹은 최근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약 1195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도표 성경김'으로 잘 알려진 성경식품은 국내 조미김 시장에서 동원과 CJ에 이어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자가 수산물인 김 제조업에 뛰어든 건 다소 의외다. 하지만 '검은 반도체'로 불릴 만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김의 수출 흐름을 고려하면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 지난해 대한민국 수출 10대 품목 중 하나로, 식품군에선 수출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해양수산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11월 김 수출액은 10억 4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3% 증가하며 사상 처음 '10억불 수출탑'을 쌓았다. 만년 1등 품목인 라면(13억8176만 달러)에 근접할 만큼 급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특히 조미김은 지난달부터 수산물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관세가 15%에서 0%로 낮아지며 '무관세' 품목으로 지정됐다. 북미는 국내 김 수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현지 가격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모멘텀을 마련한 것이다.

삼천리그룹이 성경식품 인수를 결정한 점도 '무관세 혜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성경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는데, 이중 미국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삼천리 관계자는 "한국 김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기존 외식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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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이은선 부사장 경영 시험대 평가

삼천리그룹의 성경식품 인수를 '3세 경영' 승계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딸이자, 그룹 외식 및 식음료(F&B) 사업을 총괄하는 이은선 부사장이 김 사업을 통해 경영 성과를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다.

실제 삼천리그룹은 지난해 성경식품 공개매각에 참여했다가 중도하차한 이후, 올해 다시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이은선 부사장이 M&A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합류한 산업은행 출신 M&A 전문가 배정민 상무가 실무를 보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천리그룹 오너가는 고(故) 이상균·유성연 창업주부터 시작해 이천득·이만득 2세대 형제경영을 거쳐 이은백·이은선 3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은백 전략총괄사장은 그룹의 모태인 에너지 사업을, 이은주 부사장은 삼천리ENG 산하 외식사업 부문(SL&C)을 이끌고 있다.

삼천리 ENG 외식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923억 원으로 2020년(303억 원)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성경식품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236억 원으로 같은 기간 160.5% 성장했다. M&A가 완료돼 성경식품 매출이 외식사업 실적에 합산되면 단숨에 연간 2000억 원대 실적을 낼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차이797 등 대표 브랜드 론칭을 주도하고 밀키트 사업에도 나서며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업계 3위 성경식품을 인수한 뒤 나타날 실적 지표가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