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부터 파운드리까지 '해결사 JY'…이재용, 뉴삼성 윤곽 보인다

'해결사' 나선 이재용, 깐부회동부터 파운드리 수주까지 팔걷어
美 출장 마치고 내년 사업 구상…신년 사장단 만찬 메시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공동취재) 2025.10.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8월15일)"열심히 일하고 왔다."(12월15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올 하반기 미국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꺼낸 말들이다. 사법 리스크를 털고 경영 보폭을 넓힌 이 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회사의 난제(難題)를 직접 푸는 해결사로 나서며 '뉴삼성'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美 동부부터 서부까지 횡단…'파운드리' 세일즈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전날(15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 8일간 미국 뉴욕(동부)-텍사스 오스틴(중부)-캘리포니아 새너제이(서부)를 횡단하는 강행군을 소화한 그는 취재진에 "열심히 일하고 왔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이 회장의 연말 출장 키워드는 '파운드리'다. 그는 내년 가동을 앞둔 테일러 파운드리 팹(fab)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테슬라, AMD, 메타, 인텔, 퀄컴, 버라이즌 등 주요 빅테크 고객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했다. 대부분 파운드리 기존 고객사 혹은 잠재적 고객사이거나 스마트폰(버라이즌) 사업부 고객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로부터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AI6'를 수주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테슬라의 AI4 칩도 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대만 TSMC가 맡기로 했던 AI5의 일부 물량까지 확보했다. 이 회장은 텍사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나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리사 수 AMD CEO와도 만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부터 2나노(㎚) 칩 파운드리 수주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AMD의 AI 가속기 'MI350'에 HBM3E 12단을 공급 중으로, 내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인 'MI450'에는 HBM4 12단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AFP=뉴스1
사법 리스크 털고 '해결사' 변신…모멘텀 올라탄 삼성전자

재계에선 경영에 온전히 복귀한 이재용 회장이 첫 행보로 '아픈 손가락'을 직접 해결하며 반등 계기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깐부회동'으로 삼성전자의 숙원 중 하나였던 HBM의 엔비디아 납품을 공식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재용 회장이 직접 발로 뛴 세일즈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이 회장은 8월 대부분을 미국에 체류하며 두 차례 황 CEO를 만나 'HBM 동맹' 밑그림을 그렸다. HBM 재설계를 통한 기술 경쟁력 회복에, '오너 세일즈'가 맞물리며 빅딜이 성사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올 3분기 역대 분기 최고 매출인 33조 1000억 원, 영입이익은 전분기보다 무려 17배 많은 7조 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칩당 6~8개의 HBM이 들어가는 구글 텐서처리장치(TPU)까지 부상하면서 내년 HBM 업황은 더 밝다. 파운드리 2나노 공정 수율도 60%대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올 초 '독한 삼성'을 주문한 이후 (실무선에서 풀기 어려웠던) 막힌 뇌관들을 직접 해결한 것으로 안다"며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는 말은 'JY의 삼성' 설계도가 사실상 그려졌다는 의중이 아니겠나"고 해석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4.10.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신년 '사장단 만찬' 메시지 주목…'뉴삼성 청사진'은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내년 초 발신할 메시지에 주목한다. 이 회장은 내년 사업 구상을 정리한 뒤, 내년 초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신년 사장단 만찬'을 갖고 내년도 사업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은 1월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6에 앞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회장은 만찬에서 '뉴삼성'의 비전이 담긴 키워드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3월 임원들을 질타했던 '사즉생'(死卽生)이 1년 내내 화두가 됐다. 이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새해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초 삼성전자의 '이인자'를 교체하고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상설화하며 'JY 경영' 밑그림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선 기존 사업부의 경쟁력 극대화와 신사업 인수합병(M&A)이 초창기 뉴삼성의 두 축이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