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에 주주행동 7배 급증…"무분별한 '행동주의' 보완책 절실"
한경협 '주주행동주의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코스피(KOSPI) 4000 시대' 도래로 한국 증시가 활황 국면에 접어들자 주주행동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행동은 주주의 고유권한이지만, 권한을 남용하는 수준의 무분별한 주주행동주의는 이사회 기능을 위축시키고 이해관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학계는 권한 남용과 위법 행위를 예방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로 연구해 16일 발표한 '주주행동주의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증시 활성화 분위기를 지속하려면 현행법과 제도상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주주활동 관련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주행동주의'란 공개서한 발송, 위임장 대결, 주주제안, ESG 정책 요구,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강화, 이사 선·해임 요구 등 주주로서의 권한을 적극 행사해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지배구조·주주환원 정책 등에 변화를 요구하는 일련의 행동을 총칭한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주의는 2020년 10개 사에서 2024년 66개 사로 6.6배 증가했다. 일본은 지난 2022년 109개 사로 주주행동주의가 절정을 찍은 이후 최근 3년(103개→96개)으로 감소세인 것과는 반대 추세다.
주주행동주의가 늘면서 '주주제안'도 활발해졌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연 42개 상장회사에 총 164개 주주제안이 상정됐다. 이는 지난해(137건)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최 교수는 주주행동주의가 늘어난 원인을 '개인투자자의 증가'에서 찾았다. 2019년 600만 명 수준이던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말에는 1410만 명으로 2.4배 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개인주주들이 온라인 플랫폼 형태로 뭉치면서 과거보다 지분 결집과 의결권 행사가 쉬워진 점도 요인으로 꼽았다.
주주행동주의가 많아진 만큼 불건전한 활동도 급증했다. 이른바 '목표기업'을 정하고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헤지펀드 등 특정 세력과 손잡는 집단행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기능 축소와 전체 주주의 피해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최근 일련의 상법 개정(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전자주총 병행개최, 집중투표 의무화 등)에 이어 현재 발의된 '자사주 의무소각'과 '권고적 주주제안' 법안까지 통과되면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해진다"며 "결국 상법에서 규정한 이사회의 권한과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이어 "주총이 주식회사 최고의사결정기구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사회이슈를 둘러싸고 주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소로 변질될 수 있다"며 "자칫 주주의 이해에만 집중해 채권자, 근로자, 협력사, 소비자 등 회사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최준선 교수는 주주 권한 남용을 예방하는 '입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먼저 이사후보 추천 주주제안과 관련해선 일반주주 추천 후보자의 경우 추천인과의 이해관계 유무만 기재하는 현행법을 고쳐 '추천인-피추천인 독립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상세한 수준의 정보와 거래관계를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이 밖에도 △편법·불법 위임장 수집 감시망 구축 △회사 또는 타 이해관계자 이익에 반한 주주 권한 행사 제재 △불공정 거래 또는 허위정보 유포 등 시장 교란행위 감시체계 수립 등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입법 보완과 함께 기업도 이사회 운영규칙을 제정하거나 개선해서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나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 후보 양자 간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사전에 공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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