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베이비부머 10명 중 7명 "지역中企 재취업 땐 귀촌"

한경협 설문 조사…男 79.9%, 女 66.9% '귀촌 의사 있다'
귀촌 거부 이유 1위는 '인프라 부족'…주거·의료 강화 시급

베이비부머-지역 중소도시-지역 중소기업 '3자(三者) 연합' 모델(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수도권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A(57) 씨는 은퇴를 앞두고 귀촌을 고민 중이다. 보다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려면 물가가 비싼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유리해서다. A 씨는 "마침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강원도 춘천의 한 중소기업에서 채용 의사를 밝혀 귀촌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든 수도권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 10명 중 7명(73%)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취업 기회가 주어질 경우 귀촌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남성의 경우 재취업을 전제로 한 귀촌 의향이 80%에 육박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9~17일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500명을 설문한 결과, 남성은 79.9%, 여성은 66.9%가 '지방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귀촌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고 5일 밝혔다.

귀촌 의향을 밝힌 베이비부머(365명)는 사유로 '건강한 생활 유지'(24.6%), '여유로운 생활과 휴식'(22.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연 친화적 환경(20.7%) △주거비·생활비 절감(15.6%)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반면 귀촌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거절 이유로 '생활 인프라 부족'(27.8%)을 가장 많이 들었다. 또 △도시 생활에 대한 익숙함(17.0%) △교통 및 접근성 불편(15.2%)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자리 외에 '생활 인프라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귀촌 희망 지역은 충청권이 32.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강원권(27.4%) △호남권(15.9%) △영남권(10.4%) 순이었다. 선호 직무는 '관리·사무직'이 30.7%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판매직(20.7%) △농립어업(15.9%) △생산·제조직(14.8%)이 뒤를 이었다.

선호 근무 형태는 시간제가 47.7%로 절반에 가까웠다. 시간제와 전일제 모두 가능하다는 응답은 42.7%였으나, 전일제를 선호한 비중은 9.6%에 불과했다. 은퇴 후 일자리는 신체 부담을 줄이고 비교적 여유로운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희망 월급은 '200만 원 이상, 250만 원 미만'이 32.6% 가장 많았고, '15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은 30.7%, 25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은 26.8%였다. 평균 희망 월급은 227만 원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한경협은 은퇴를 앞둔 수도권 베이비부머의 중소기업 재취업 및 귀촌을 통해 △노후 보장 △인력난 해소 △지역 경제 활성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베이비부머 지역경제 붐 업(Boom Up)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수도권 베이비붐 세대의 지역 중소기업 취업과 귀촌 활성화를 통해 ①수도권 중장년 ②지역 중소도시 ③지역 중소기업 3자(三者) 모두가 상생하는 협력 모델이다.

응답자의 79%는 '3자 협력 모델'이 실현될 경우 귀촌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역 중소기업 재취업을 전제로 한 귀촌 의향(73%)보다 더 높은 응답률이었다. 한경협은 "3자 연합 모델이 수도권 베이비부머의 귀촌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베이비부머들은 3자 연합 모델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임대주택 등 안정적 주거시설 제공'(2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지역 중소기업 및 안정된 일자리 제공(18.6%) △지역의료·복지 서비스 강화(공동 12.0%) △귀촌자 대상 정착 자금 등 맞춤형 금융 지원(공동 12.0%) 등의 순이었다.

한경협은 "은퇴를 앞둔 수도권 베이비붐 세대의 고향을 중심으로 한 귀촌과 지역 내 재취업을 유도한다면, 수도권 집중 완화는 물론 지역경제와 내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