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엔비디아 'AI 동맹' 선언…HBM4부터 로봇까지 생태계 구축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엔비디아가 31일 '인공지능(AI) 동맹'을 공식 선언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삼성전자는 이를 반도체 공장에 설치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이 AI로 구동되는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나아가 AI 모델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 AI 기반 지능형 기지국까지 협력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팩토리에서 생산되는 HBM3E(5세대)와 HBM4(6세대), GDDR7, SOCAMM2(소캠2) 등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는 다시 엔비디아에 공급된다. 이른바 '삼성전자-엔비디아 AI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 제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생산→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사업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AX(인공지능 전환)가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산하 반도체 공장에 도입,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라이브러리 '옴니버스'에 기반을 둔 디지털 트윈(DT) 제조 환경을 구현한다. 즉 반도체 설계→공정→운영→장비→품질관리 등 모든 과정을 AI로 구동하는 '반도체 AI 팩토리'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AI 팩토리'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수집·학습·판단하는 지능형 제조 혁신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에서 생산되는 △HBM3E △HBM4 △GDDR7 △SOCAMM2 등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AI 팩토리 인프라 구축과 관련 노하우를 한국뿐 아니라 미국 테일러 등 해외 주요 생산 거점에까지 확장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지능화와 효율화를 완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공급되는 엔비디아 GPU에는 삼성전자의 HBM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I 가속기 GB300에 HBM3E 12단을 공급 중이다. 퀄 테스트가 진행 중인 HBM4의 납품이 공식화될 경우, 향후 도입되는 GPU에는 삼성전자의 HBM4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HBM4 공급을 긴밀히 협의 중이다. 삼성전자 HBM4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보다 더 미세한 공정인 1c(10나노급 6세대) D램 기반에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해 설계, 고객사 요구를 넘어서는 11Gbps 이상의 성능을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4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증산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전날(30일) 콘퍼런스콜에서 HBM4를 비롯한 고부가·고성능 D램과 관련해 "이미 고객 수요를 확보하고 추가적인 고객 수요가 접수되고 있어 증산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HBM 외에도 업계 최초로 개발한 고성능 그래픽 D램(GDDR7)과 차세대 저전력 AI 서버용 모듈 SOCAMM2의 공급도 엔비디아와 협의 중이다. 아울러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협력 범위를 배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넘어 AI 모델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AI 기지국까지 '차세대 AI 생태계' 전방위를 아우르는 협력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AI 모델은 엔비디아 GPU상에서 메가트론(Megatron)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구축됐다. 또 제품 생산 자동화 및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전반에서 엔비디아 RTX 프로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 플랫폼을 활용해 지능형 로봇의 상용화와 자율화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다양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상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실제 로봇 데이터를 연결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작동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도 구현하고 있다. 나아가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Jetson Thor) 로보틱스 플랫폼을 활용해 지능형 로봇의 AI 추론, 작업 수행, 안전 제어,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및 국내 산·학·연과 '차세대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연구 및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AI-RAN은 로봇, 드론, 산업현장의 자동화 장비 등 피지컬 AI가 통신망에서 실시간으로 동작, 센싱, 데이터 연산 및 추론을 가능하게 해 피지컬 AI 도입과 확산에 필수적인 신경망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AI 동맹'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이어온 25년 협력의 결실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코엑스 무대에 오른 자리에서 25년 전 엔비디아가 삼성 반도체의 GDDR을 탑재한 '지포스 256'을 출시한 사례를 언급하며 "그때부터 양사의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 저의 우정이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황 CEO는 "내가 삼성 GDDR을 쓸 때, 너(이 회장)는 어린애였어 진짜야"라고 받아치자, 이 회장은 빙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황 CEO는 1996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게 내가 여기 한국에 온 이유"라고 세대를 걸친 우정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와 함께 국내외 파트너사 및 EDA(칩 설계 자동화) 기업들과 차세대 반도체 설계 도구를 공동 개발하고 AI 기반 반도체 제조 표준을 선도해 AI 생태계 발전에 이바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