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 엄수…이재용 회장, 수원 선영서 '조용한 추모'
삼성家 참석 속 20분간 추도식 거행…전·현직 사장단 150명도 헌화
김승연 한화 회장, 3년째 조화…이재용, 사장단 오찬 후 메시지 주목
- 최동현 기자
(수원=뉴스1) 최동현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5주기 추도식이 24일 엄수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특별한 메시지 없이 '차분한 추모'를 이어갔다. 삼성가(家) 유족들과 그룹 사장단도 선영을 찾아 '이건희 정신'을 기렸다.
5주기 추도식은 이날 경기 수원시 장안동의 가족 선영에서 열렸다.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검은색 세단을 타고 선영을 찾았다. 이서현 사장과 김재열 사장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이어 이부진 사장과 홍라희 전 명예관장이 도착했다. 추모식은 유족만 참석한 채 약 20분간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에 앞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사장) 등 경영진 50여 명이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선영을 찾아 약 40분간 헌화와 분향을 했다. 오후에는 전직 경영진 100여 명이 선영을 찾을 예정이다.
한화그룹에선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공동명의로 조화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22년 이건희 선대회장의 2주기 추도식에 직접 참석한 바 있는데, 이후 3년 연속 추도식마다 조화를 보내며 고인과의 의리를 지키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보다 10살 아래인 김 회장은 이 선대회장을 '형님'으로 모신 절친한 사이다. 그는 지난 2020년 10월 이 회장의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을 친형님과 같이 모셨다.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은 추도식을 마친 뒤 경기 용인시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건희 선대회장의 정신을 기릴 예정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일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선대회장 5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석해 사장단 및 관계사 우수직원 등과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상에는 비빔밥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회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평생 수집했던 '이건희 컬렉션' 사진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기려 문화재와 예술품 2만 3000점을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가 기관에 기증해 화제가 됐다.
한편 이날 삼성그룹 인트라넷 접속 화면에는 '시대를 앞선 혜안, 우리의 미래를 비춥니다'라고 적힌 추도사가 올라왔다.
재계는 '온전한 경영'에 복귀한 이재용 회장이 선대회장 5주기와 사흘 뒤인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아 '뉴삼성' 화두를 담은 공개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이래 '조용한 경영' 모드를 유지 중이다. 그룹 회장직에 오른 2022년 10월 취임사 없이 선대회장 2주기에 사장단에게 언급했던 소회("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를 사내 게시판에 공유했다.
'삼성 위기론'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올해 3월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독한 삼성'을 주문했으나, 계열사 임원 대상 비공개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다만 이 회장이 지난 7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사법 리스크를 벗은 데다,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던 반도체 사업이 오랜 부진을 딛고 재도약의 물꼬를 튼 만큼, 삼성의 새 비전이 담긴 '이재용 선언'이 나올 때가 됐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가 불거졌을 때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에 올라 위기를 돌파했으나,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인 2019년 10월 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이 회장만 미등기임원이다.
'삼성의 감시자'인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책임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아직 그 부분은 계속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다"며 등기이사 복귀론에 힘을 실었다.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대해선 "컨트롤타워 자체는 어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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