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대해부]①집중투표제 '의무화', 제2 KT&G 양산
- 서명훈 기자
(서울=뉴스1) 서명훈 기자 = 기업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는 부분은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도 의무화다. 일부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될 경우 ‘대한민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상사법학회 회장)는 15일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 틀림없고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오너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법 개정이 추진된다고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론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 상법에 처음 도입됐고 정부는 소수주주권 보호를 위해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적극 권장해 왔다. 집중투표제는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3명의 임원을 뽑는 주주총회에서 10주를 가진 주주는 지금까지 각 3명에 대해 10표의 찬반권을 가졌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1번 후보에 30표를 몰아주고 나머지 2·3번 임원 선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들이 연합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가 정관으로 이를 배제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번 개정안에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소수주주권으로 집중투표를 청구할 경우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없도록 했다.
◇ 집중투표제 의무화, 이사회 기능 마비 우려
많은 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될 경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헤지펀드들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고 지적한다. 국내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4곳은 헤지펀드가 추천한 이사가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이사들이 포진하게 될 경우 빠른 의사결정이 불가능해 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경우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보다는 배당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기업의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KT&G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2006년 영국계 헤지펀드는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과 손잡고 집중투표제를 이용, 이사를 선임했다. 이후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최 교수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여러 국가가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지만 강제한 사례는 러시아와 멕시코, 칠레 등 3개국에 불과하다”며 “현재 시점에서 집중투표제를 기업에게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주주간 파벌 싸움 등으로 혼란만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관상 집중투표를 배제한 경우 이 제도를 청구할 수 없도록 상법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 전자투표제도, 기업 자율에 맡겨야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전자투표제도 의무화’ 역시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투표제도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 전자적인 방법을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전자투표제도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주총이 일정한 시기에 몰리기 때문에 여러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자투표제도가 번거롭고 주주들의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악의적인 루머에 의사결정이 좌우될 수 있고 의결권 행사 후에는 철회나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맹점이다.
특히 서면투표제와 의결권대리행사 등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전자투표제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나라들도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 대다수 기업이 따르고 있는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의 경우 전자투표제도를 인정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남겨 놨다. 이밖에도 일본과 영국, 독일 등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 교수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의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집행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각자 처한 환경에서 최적의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진국들에서도 기업지배구조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특정한 지배구조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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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상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정치권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면서 기업 옥죄기에 나설 태세다. 결국 상법 전문가들이 나서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