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전자 공격…지주사 전환·30조 배당 요구(종합)
행동 영악…오너가 거드는 척하며 거대 배당 요구
- 장은지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이번엔 삼성전자를 겨냥했다. 지난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을 공격하며 삼성그룹을 흔든 엘리엇이 이번엔 삼성전자에 칼을 겨눈 것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과 30조원 규모의 특별 배당 등을 요구했다.
6일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 자회사 블레이크 캐피털(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털(Potter Capital)은 전날 삼성전자에 공개 서한을 보내 지주회사 분사와 주주 특별 배당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엘리엇 측의 요구와 관련 "주주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안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했다.
이들 펀드들은 삼성전자 지분 0.62%, 76만218주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비슷한 다른 기업에 견줘 30~70% 낮게 평가된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운 이유다. 복잡한 지배 구조가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를 지주 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 △30조원의 특별현금배당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등 복잡한 그룹 지배구조를 정리해야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의 저평가 요인을 4가지로 분석했다. △불필요하게 복잡한 삼성그룹 구조와 구조개편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 △최적화되지 못한 자본관리 및 하위권에 속하는 주주환원 △삼성전자 핵심운영사업에 대한 효율적 해외 상장 부재 △글로벌 기준에 못미치는 기업경영구조 등 4가지 요인이 결합돼 삼성전자 주식을 저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등의 이익률 측면에서 동종업계 글로벌 경쟁기업을 압도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절하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유지분 0.62%에 불과한 두 펀드의 제안이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통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0.59% 보유하고 있으며, 아버지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18.15%에 이른다. 다만 엘리엇과 같은 공격적인 해외 헤지펀드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지속적으로 개입 의사를 보이는 것은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를 예정인 이 부회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다시 삼성에 역습을 가한 노림수는 삼성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배당을 통해 두둑한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헤지펀드들의 전형적인 요구는 현금이 많은 기업에 배당 등으로 현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에 합병시키라는 요구에는 삼성물산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삼성전자를 나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에 합병시키면 그 회사는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된다.
또 다른 핵심요구는 30조원의 특수배당이다. 삼성전자의 보유현금은 올 6월 말 77조원으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65조원가량이다. 엘리엇은 배당수익률 15%에 해당하는 주당 24만5000원을 배당으로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15년도 순이익이 19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과도하다. 엘리엇은 또 향후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지속적으로 주주에게 환원할 것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주목할 점은 엘리엇의 요구가 삼성 오너가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엘리엇이 요구한 회사 분할은 삼성이 그려오던 지배구조 개편 방향의 밑그림과 유사하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란 전망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엘리엇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삼성에 보낸 서한에서 "회사 분할 등을 통해 창업주 가족의 지배 지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요구 가운데 지주회사 설립 부분에 대해 "삼성전자가 스스로 꺼내기 힘들었던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엘리엇이 화두를 던졌지만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이슈를 통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라는 명분이 충분해 보인다"며 "이번 엘리엇 사태가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과 사외이사 확대 요구는 들어주기 힘든 대목이다. 과도한 배당은 삼성전자의 투자여력을 훼손하고 국부유출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지분 중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50%가 넘는다. 30조원의 배당을 실제로 한다면 15조원 이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넘어간다.
이외에 사외이사 확대 과정에서 헤지펀드 관련 인사가 개입할 경우 향후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엘리엇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을 공격한 바 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합병 가액이 지나치게 낮다며 각종 소송과 주주총회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엘리엇은 위기에 처한 국가나 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이런 엘리엇을 두고 썩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 같은 '벌처펀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엘리엇은 아르헨티나나 페루, 콩고 등 개발도상국의 국채를 헐값에 인수한 뒤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해당 국가 국민들은 콜레라가 창궐하고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에선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보상금을 줄이는 수법으로 대규모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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