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충칭 안가고 새만금에 공장 짓게하려면…
[투자환경 개선이 먼저다]① 한국에선 '동네북'… 해외 가면 '글로벌 리더'
-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최근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해외공장 증설 등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충칭에 제4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포스코도 충칭에 새 고로를 세울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의 충칭 진출과 현지 완성차 메이커들을 위한 강판 공급이 주목적이다.
LG화학은 난징에 전기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효성은 베트남 스판덱스 생산라인을 증설키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초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60~70%에 달한다. 대기업들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지 오래다. 대기업들에게 한국시장 투자는 필요에 따라 검토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시장을 노린 글로벌 생산거점이 더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 활성화 및 내수 회복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를 종용하고 있다. 세무조사로 투자확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사내유보금에 과세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에 재계에선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기업을 유치할 때처럼 국내 기업들에게도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투자를 옥죄는 규제는 과감히 풀고, 정책의 불확실성도 제거해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새만금 투자…OCI 1조원 vs 도레이 3000억원
우리 정부는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토지를 무상으로 빌려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국내 기업의 투자에 대해서는 당연시 여겨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다. 혜택을 제공했다가 자칫 특혜로 몰릴 것을 우려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새만금 간척지 투자에 나선 한국기업 OCI와 일본 도레이첨단소재다.
OCI는 약 1조원을 투입해 새만금 산업단지 16만㎡의 부지에 열병합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다. 열병합발전소는 단지에 입주하는 기업 및 상업 지구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약 3000억원을 투자해 21만4800㎡ 규모의 공장을 짓고 합성수지인 PPS와 PPS 컴파운드를 생산할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중국 등지로 판매할 예정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합성수지 공장이고 OCI는 발전소란 점에서 두 회사의 투자 성격은 좀 다르다. 하지만 도레이첨단소재와 OCI의 투자 금액은 3배 이상 차이난다. 그런데도 OCI는 평당 50만원에 토지를 매입해야 했고 도레이첨단소재는 50년간 토지를 무상 임대를 받는 조건으로 입주를 결정했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은 입주기업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토지 무상 임대는 외국 기업에만 적용된다"며 "외국 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는 이같은 혜택을 받은 반면 OCI는 이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대차 충칭 대신 새만금에 투자하게 하려면…
미국과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기업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에 대해 이 국가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현대차는 중국 충칭 지역을 유력한 후보로 놓고 중국 4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충칭 공장에 대한 투자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칭시는 현대차그룹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하고 현대차그룹은 충칭시에 현대차 4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확한 지원계획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토지 무상임대 및 인력확보, 법인세 면제 등을 예상할 수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 아무런 지원이 없는 새만금 대신 중국 충칭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미국은 중국보다 더 과감하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2005년에 준공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경우 주정부와 몽고메리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앨라배마 주정부와 몽고메리시는 약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지원을 제공키로 했으며 채용된 200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주정부가 6주간의 채용전 기초교육에 필요한 일체의 교육비를 부담했다. 몽고메리시는 주 헌법까지 바꿔가며 주 정부가 210만평의 땅을 매입해 현대차에 소유권을 내줬고 20년 동안 법인세 면제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 바 있다.
LG화학이 미국에 지은 홀랜드 전기차배터리 공장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억달러를 투자해 홀랜드시에 약 50만m² 크기의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총 3억달러의 비용 중 절반에 해당하는 1억5000만달러를 현금으로 지원했고 미시건 주정부는 공장 운영에 따른 세금 1억3000만달러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사실상 공짜로 공장을 지은 셈이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난징시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막대한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지원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LG화학은 난징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전세계 어느 공장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내 유보금에 세금 매기면? "해외투자 확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검토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적정수준을 넘어선 유보금을 고용이나 투자로 연결시켜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최 장관은 얼마전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이익이 임금이나 배당, 투자 등 실물·가계 부문으로 흘러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근로소득과 배당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내 유보금에 대해 과세할 경우 기업의 선택은 투자 확대 또는 배당 확대다. 투자 확대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 중국 등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상한 '그림자 규제'도 없다. 더욱이 시장도 커서 판매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한국은 인센티브는 없고 각종 규제만 즐비하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비용이 커지고 있고 환경 규제도 봇물처럼 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도 도입하지 않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조기에 시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배당도 마찬가지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배당성향을 높여봤자 국내 투자자들에게 유입되는 자금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입될 자금이 더 크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주문하지만 압박을 통한 투자 활성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활성화 입법을 서두르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실질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최소한 기업들이 정부의 경제 활성화 의지를 신뢰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정책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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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해 LG화학 효성 등 굵직한 기업들의 해외공장 증설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해외투자에 더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비가 적게 들고 현지시장 진출이 쉽기 때문이다.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주거나 법인세 감면, 양질의 인력 제공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투자 기업을 위해 별도의 도로를 내주는 국가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투자를 방해하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투자만 종용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와 상법 개정, 화학물법 등 각종 규제는 이어지고 세무조사도 끊이질 않는다. 이제 사내유보금까지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내 소비를 촉진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업의 투자가 절대적이라면, 우선 투자의 물꼬부터 틔워줘야 한다. 세금이나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시대는 지났다. 투자 유인책부터 제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