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 60일…달라진 삼성의 모습은?
승계 염두에 둔 새판짜기 시동... 그룹 내부 '언행조심'
- 서송희 기자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figure>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지 두달이 지났다. 삼성은 이 회장의 와병중에도 굵직한 사업구조 개편와 조직개편에 나섰다. 오너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시스템 경영을 보여줬다. 다만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미래먹거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이준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9일 수요사장단회의 뒤 가진 브리핑에서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성완제 삼성의료원 상무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9일은 이 회장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지 꼭 60일째 되는 날이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10일 오후 11시께 호흡곤란 증상을 느껴 서울 이태원 자택에서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응급실 도착 직후 심장마비 증상이 나타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았고 11일 새벽에 심장기능 상태가 호전돼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한때 이 회장은 위독설까지 나돌았지만 현재 그룹이 돌아가는 현황에 대해 보고하면 눈을 마주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입원이 2개월째 이어지는 사이, 삼성그룹 내부는 어느 때보다 격동기를 보내고 있지만 경영공백은 겪지 않았다. 계열사간의 합종연횡으로 그룹의 축을 바꾸는 사업구조 개편을 연이어 발표하는데 이어, 7년간 끌어왔던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도 대화를 시작했다.
이 회장이 쓰러지기 직전 삼성SDS는 연내 상장을 발표한데 이어, 삼성에버랜드도 연내 상장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부를 양도받은 삼성에버랜드는 이달 4일자로 회사명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일련의 사업구조 변화는 이 회장이 쓰러지기 전에 보고를 마치고 인가를 받은 내용이다. 또 이 회장은 최고경영자(CEO)에게 경영을 일임하는 '책임경영'을 강조해왔다.
되레 이 회장이 입원한 후 난제들을 해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 삼성은 그동안 선을 그어오던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과 대화를 시작했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반올림과 삼성전자의 대화의 물꼬가 된 것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월 삼성전자에 공식사과와 문제해결에 대한 제안서를 제시하면서다. 한달이 지난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나와 사과하고 보상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양측은 대화를 이어가며 협상 타결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도 협력업체 노조원과 경영자총협회가 이어온 단체협약을 타결, 갈등을 해소했다. 삼성전자 서비스는 이례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그룹이 금속노조의 단체교섭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 와병 뒤 생긴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한다면 각종 행사를 축소해 조용히 치르고 있다는 점 정도다. 삼성은 '신경영 선포' 21주년 기념 행사를 사내에서 조용히 치렀고 호암상 시상식도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했다.
song6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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