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배터리, 평가 기준 통일…전주기 안전관리 필요"(종합)

평가 결과 따라 재제조·재사용·재활용 구분…이력 관리 체계화 과제
"부처별 기준 혼선 최소화…안전성과 경제성 함께 고려해야"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용 후 배터리 안전점검 및 재제조 배터리 순환체계 안전관리 실증과 관련 법·제도 활성화 세미나'에서 안호영 국회의원(가운데)과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오른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1 / 뉴스1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폐기 여부보다 정확한 성능·안전성 평가를 우선하고, 평가 결과가 재제조·재사용·재활용까지 연결되는 전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27년 관련 제도 시행을 앞두고 평가 기준을 통일하고 배터리 이력과 안전 정보를 다음 단계까지 연결할 구체적인 시행 기준 마련이 과제로 꼽혔다.

김정동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세미나에서 "사용 후 배터리 순환 체계의 출발점은 폐기가 아니라 평가"라고 강조했다.

개정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에서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성능과 안전성에 따라 평가해 다음 활용 경로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수리·부품 교체 후 다시 구동축전지로 활용하는 '재제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쓰는 '재사용' △원료를 회수하는 '재활용' 등으로 구분된다.

김 변호사는 "성능 평가는 단순한 품질 확인 절차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시장과 용도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자동차에서 사용이 끝났다고 배터리의 생애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관리법은 배터리가 다음 단계로 안전하게 이동할 기준을 마련하고, 사용후배터리법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과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안전에 대한 신뢰를 산업 성장의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제도 시행을 앞두고 부처 간 기준 조율에 나섰다. 이준규 기후에너지환경부 서기관은 "각 부처가 맡은 분야가 법에 정해져 있지만 각자 기준을 만들면 시장과 산업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와 하위법령을 논의하면서 혼선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과 경제성의 균형도 과제다. 사용 후 배터리의 보관·운송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정하면 비용이 늘어 순환 사업 자체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 서기관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제도가 작동하기 어렵다"며 화재 예방과 비용 부담을 함께 낮출 기술개발과 실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능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할 공통 기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욱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같은 배터리를 측정해도 평가 장소나 방식에 따라 잔존 수명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협의를 통해 기준점을 마련한다면 신뢰성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활용처를 넓힐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전기차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진 배터리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남아 있다며 재난지역이나 행사장의 임시 전력 공급 등 재제조와 ESS 사이의 다양한 활용처를 찾으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재제조 배터리를 실제 차량에 장착한 뒤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김철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수석은 "차량에 탑재됐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차량의 전기·전자 시스템과 연계성을 실증으로 검증해야 성공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터리 생애 이력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정보 연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능 평가부터 재제조·재사용, 운송과 검사까지 정보를 연결하되 제조사의 영업비밀과 보안정보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종현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2030~2031년에는 연간 사용 후 배터리가 약 17만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부처별로 각각 기준을 만들 경우 실제 운영 과정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와 협조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은 "사용 후 배터리는 같은 차종과 연식이라도 사용환경과 충·방전, 사고 이력 등에 따라 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평가와 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 과정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고 그 결과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