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전기 트럭 한 라인서 생산 가능한 비결은?…MAN 뮌헨 가보니
[르포]고객 주문에 유연 대응…생산단계부터 TCO 경쟁력 확보
- 박기범 기자
(뮌헨=뉴스1) 박기범 기자
"디젤 트럭과 전기 트럭을 한 곳에서 생산하며 다양한 차량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길게 뻗은 검은색 섀시 프레임이 조립 공정에 들어서자 기계가 차대번호를 새겼다. 아직 바퀴도 운전석도 없는 철골 구조물이지만 이때부터 트럭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의 긴 조립 과정이 시작된다. 프레임이 천천히 움직이자 작업자들은 섀시를 따라 걸으며 나사를 조이고 각종 부품을 장착했다.
17일(현지시간) 찾은 독일 MAN트럭앤버스 뮌헨 공장. 눈길을 끈 것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디젤 트럭과 전기 트럭이 함께 만들어지는 모습이었다. 디젤 엔진과 연료 탱크가 들어갈 섀시 뒤로 전기 구동장치와 배터리가 장착될 섀시가 이어졌다. 구동방식과 축 구성, 고객 주문 사양은 제각각이지만 생산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라인 곳곳에서는 움직이는 섀시에 몸을 붙인 채 함께 걸으며 작업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어떤 공정에서는 직원들이 섀시에 매달린 채 작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차량별로 다른 부품을 정확히 장착해 다음 공정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디젤과 전기트럭이 뒤섞여 생산되는 만큼 한 차량의 작업이 늦어지거나 순서가 어긋나면 뒤따르는 공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혼류생산의 유연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유지하기 위해 현장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섀시와 운전석이 있는 캡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캡은 뮌헨 공장 내 별도 공정에서 만들어진 뒤 조립라인으로 이동한다. MAN은 완성된 프레임 위에 캡을 얹는 이 공정을 내부적으로 '결혼'(marriage)이라고 부른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한 섀시와 캡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한 순서로 만났다. 디젤트럭 다음에 전기트럭이 들어와도 각각에 맞는 캡이 차례대로 도착했다. 다양한 사양의 차량을 고객 주문 순서에 맞춰 생산하는 혼류생산의 정교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1955년 첫 트럭을 생산한 뮌헨 공장은 70년 넘게 MAN 대형트럭 생산을 이끌어온 핵심 거점이다. 약 100만㎡ 부지에서 TGS·TGX를 비롯해 캡과 구동축 등을 생산한다. 전기·디젤 구동방식과 관계없이 트럭 한 대를 만드는 데 약 8시간이 걸리며 하루 최대 생산능력은 약 100대다.
변화의 중심은 2025년 6월 시작된 eTGX·eTGS 양산이다. MAN은 전기 트럭 전용라인을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디젤 트럭 라인에 전기차 공정을 완전히 통합했다. 디젤 트럭에는 차축과 연료탱크, 배기장치를, 전기 트럭에는 운전석 아래 배터리 2개와 고전압 분배기 등으로 구성된 '파워팩'을 장착한다. 이후 캡 결합과 타이어 장착, 소프트웨어 설정, 품질검사는 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혼류생산의 핵심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 트럭 수요가 빠르게 늘거나 디젤 수요가 유지되더라도 별도 생산라인을 조정할 필요 없이 주문에 맞춰 생산 비중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다. MAN은 이를 위해 2021년 약 4000㎡ 규모 e모빌리티센터에서 전기 트럭 생산공정을 미리 검증하고 5000명 이상의 직원에게 고전압 기술 교육을 실시했다.
공장 끝의 품질관리 구간도 눈길을 끌었다. 조립을 마친 차량은 전기·전자 시스템과 제동, 조향, 구동계 등을 점검한다. 현장 관계자는 상용차는 차량 가동 여부가 고객의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품질과 신뢰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럭이 멈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객의 운송 차질과 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전기 트럭의 핵심인 배터리에서도 유연성을 강조한다. MAN은 뉘른베르크 공장에서 전기 트럭용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 차종과 운송 목적에 따라 2~7개의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어 필요한 주행거리에 맞춰 차량 중량과 초기 비용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완성된 트럭이 새 주인을 기다리는 고객 인도 공간도 있다. 커튼 뒤에 차량을 숨겨뒀다가 고객 앞에서 처음 공개하는 인도 행사도 진행한다고 했다. 프리미엄 승용차 브랜드에서 볼 법한 방식이다. 차량 설명과 공장 투어까지 묶어 새 트럭을 받는 순간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셈이다.
70년 넘게 디젤트럭을 만들어온 뮌헨 공장에서는 이제 그 섀시가 디젤인지 전기인지에 따라 별도의 길로 갈리지 않는다. 고객 주문에 맞춰 한 줄에서 만들고, 수요가 달라지면 생산 비중을 바꾸면서도 품질은 유지한다.
MAN이 뮌헨 공장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결국 '무엇을 만드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느냐'에 있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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