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젠슨황 '깐부 동맹' 이유 이거였네…현대차-엔비디아 셈법은?
현대차, 자율주행 엔비디아 플랫폼 활용…격차 극복 '시간' 확보
엔비디아, '플랫폼' 위상 강화…年 700만 대 현대차 '빅데이터' 활용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깐부' 동맹이 단순한 차량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를 넘어 자율주행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2028년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2029년부터 자체 개발한 '아트리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엔비디아의 검증된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그 사이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완하면서 자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고, 엔비디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대규모 차량에 자사 플랫폼을 적용하며 자율주행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엔비디아 플랫폼에 대한 의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8년 첫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 엔비디아와 협업한 자율주행 설루션을 적용한다. 상반기 레벨2+(L2+)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복잡한 도심 주행이 가능한 L2++까지 확대한다. 이후 2029년부터 자체 개발한 아트리아 AI를 양산차에 순차 적용한다.
핵심은 현대차가 엔비디아 기술을 '대체재'가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한 가교'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돌발 상황을 수집해 학습시킨 뒤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데이터 플라이휠'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간 700만 대 이상의 판매 기반에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학습과 차량 성능 개선에 활용하는 구조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당장 완성도가 높은 엔비디아 설루션을 활용하면 시장 진입을 늦추지 않으면서 자체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 아트리아 AI가 양산차에 적용되기까지의 공백을 엔비디아가 메워주는 셈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10을 기반으로 차량의 센서와 컴퓨팅 구조를 표준화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설계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활용하면서도 자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축적해 장기적으로 기술 내재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도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플랫폼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율주행 경쟁에서 연산 능력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실제 도로 데이터를 확보하느냐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처럼 연간 수백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엔비디아 플랫폼을 대규모로 채택할 경우 자율주행 플랫폼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율주행 분야의 '표준' 플랫폼 위치를 확보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엔비디아가 이미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BYD, 닛산, 지리, 우버 등과 자율주행 플랫폼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하이페리온을 중심으로 완성차 업체를 묶어가는 전략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이 차량 제조와 대규모 판매망을 통해 데이터를 공급하고, 엔비디아가 AI 컴퓨팅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양측 모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궁극적인 목표가 엔비디아 기술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양사의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양산차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아트리아 AI 학습에 활용해 자체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엔비디아를 성공적으로 발판으로 활용할 경우 기술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경쟁사와의 자율주행 격차를 좁힐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오히려 엔비디아 플랫폼을 장기간 활용하면서 주도권을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차그룹이 '인텔리전트 커스터머'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구매자로서 자체적인 역량과 경쟁력을 갖춰 협력 상대방을 주도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엔비디아에 자율주행 기술력을 완전히 의존하거나 테슬라나 웨이모 등의 기술을 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체 기술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면 외부 기술을 도입할 때도 적절한 가격과 조건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자체 기술 개발을 도외시하면 외부 기술에 종속돼 업체가 요구하는 가격이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2년 반 정도 뒤처진 자율주행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엔비디아를 활용하는 게 최선"이라며 "향후 2~3년이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선두 그룹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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