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학습 속도' 싸움"…현대차 '데이터 플라이휠' 사활

연 700만대 기반 데이터 확보…중요 데이터 자동 선별
先 엔비디아 後 자체 AI '투트랙'…E2E에 VLA 개발 병행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에서 포티투닷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차량을 소개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2026.9.13/뉴스1

(성남=뉴스1) 박종홍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경쟁의 승부처를 개별 기능이나 주행 성능이 아닌 '학습 속도'로 규정하고 데이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 700만 대 공급 능력을 기반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학습에 투입하고, 이를 통해 개선한 AI를 차량에 적용한 뒤 다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반복해 자율주행 고도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2029년 하반기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모델 아트리아 AI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피지컬 AI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 개발을 병행해 미래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데이터 학습 인프라 구축이 승부처"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포티투닷 본사에서 '자율주행 미디어데이'를 열고 데이터 수집부터 AI 학습·검증·배포까지 이어지는 '데이터 플라이휠'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과 개발 체계를 공개했다.

박민우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자율주행 경쟁의 본질은 '학습 속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 경쟁은 특정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빠르게 학습해 그 결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에서 박민우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발표에 나선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2026.9.13/뉴스1

현대차그룹이 데이터 플라이휠에 주목하는 것은 자율주행 AI가 기존 소프트웨어와 달리 데이터 자체를 지속적으로 보강해야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플라이휠은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 학습과 검증에 활용한 뒤 개선된 모델을 다시 차량에 적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뜻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40여 대의 데이터 수집 전용 차량을 주야간 운영하며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연간 70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차량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수많은 데이터 중 질 높은 데이터를 선별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예외 상황과 이른바 '엣지 케이스'를 찾아내고 이를 다시 학습에 반영하는 구조다.

정성균 포티투닷 GL은 "AI가 이미 충분히 학습한 평범한 고속도로 직진 장면을 계속 보여준다고 해서 성능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AI가 어려워하는 상황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모델이 어려워하는 사례를 자동으로 선별해 내는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 확보된 새 데이터를 지속해서 반영해 모델을 반복 개선하는 '컨티뉴어스 트레이닝', 실제 주행 데이터를 3차원 환경으로 재구성하는 '3D 가우시안 스플래팅' 등의 기법을 활용해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자율주행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이 아닌, 특수·예외 상황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스페셜 이벤트 리코더(SER) 기술 역시 데이터 플라이휠에 접목하고 있다. 급가속이나 급제동, 자율주행 기능 자동 해제 상황 등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때 그 전후 15초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체계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양산 차에서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데이터 유니언'도 추진한다. 여러 차량과 업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동일한 기준으로 축적해 표준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 포티투닷, 모셔널 등 그룹 내부의 데이터 활용 효율을 높이는 데 우선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각자 사용해 온 센서 체계를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10을 중심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메라 10개, 전방 레이더 1개, 초음파 센서 12개 등으로 구성된다. 박 사장은 "차급에 따라 설치 위치는 달라지겠지만 기본 구성은 동일하다"며 "2028년부터 만들어지는 차종에 최대한 많은 동일한 센서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또한 "컴퓨터는 엔비디아 오린X나 토르를 검토하고 있다"며 "고객이 차를 산 뒤 7~8년 후에도 최신의 모델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하드웨어 사양을 확보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 현장(현대차그룹 제공) 2026.9.13/뉴스1
자율주행 양산·개발 모델 '투 트랙'

이 같은 데이터 중심 개발 체계는 그룹의 자율주행 투 트랙 전략과 맞물린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설루션을 활용해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동시에 자체 모델인 아트리아 AI를 통해 핵심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 설루션 기반 레벨2+ 자율주행은 2028년 상반기, 레벨2++는 2028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2++ 차량은 2029년 하반기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엔드투엔드 기반인 아트리아 AI와 함께 VLA 모델 방식의 자율주행 AI 개발도 병행한다. E2E가 카메라 등의 센서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인지·판단, 차량 제어를 수행하는 방식이라면, VLA는 시각 정보뿐 아니라 언어적 사고 능력을 결합한 개념이다.

E2E 방식은 AI가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새로운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VLA는 AI의 추론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언어를 통해 새로운 규칙을 쉽게 학습시킬 수 있다. VLA는 자율주행 뿐 아니라 피지컬 AI에 적용할 핵심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이날 포티투닷은 VLA 모델이 주행 상황을 해석하고 그 판단 근거를 언어로 출력하는 개발 영상도 공개했다.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는 상황에서 주행 행동 및 그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이 화면에 표시됐다.

강남·판교 도심 주행…연말 전남광주서 레벨 4 실증

현대차그룹은 이날 레벨 2++ 수준의 아트리아 AI가 탑재된 테스트베드 차량이 복잡한 도심을 실제 주행하는 영상도 최초로 공개했다. 테스트베드 차량은 출근 시간대 복잡한 강남 도심, 대형 차량 통행이 많은 잠실 도로, 빗길 판교 도심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도로를 주행했다. 갓길 주정차 회피, 끼어들기, 비보호 좌회전 등 엣지 케이스에서도 무난하게 대응했다.

현대차그룹은 연말에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SDV 페이스카 기반의 레벨 4 실증 사업에 나선다.

권정현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 부사장은 "자율주행은 한 번의 발표나 시연으로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다"라며 "매일 테스트 드라이브로 이슈를 찾고, 그 이슈를 재학습해 반영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적용하는 반복 속에서 기술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096pag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