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콜레오스 연비·승차감…금호타이어 연구진 '숨은 노력' 산물
르노코리아 20인치 개발 요청…'연비·승차감 포기 못해' 고집
회전저항 낮춰 연비 15㎞/L 실현…디지털 트윈·AI로 개발 기간↓
- 김성식 기자
(용인=뉴스1) 김성식 기자
"245/45 R20(단면폭 245㎜·편평비 45%·림직경 20인치) 규격 신차용 타이어(OE)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핸들링 성능이 좋은 SUV용 대구경 타이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 개발 회의에서 르노코리아 평가팀은 '연비'와 '승차감'에 중점을 둘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타이어 개발자의 상식을 깨는 발상입니다."
4일 경기 용인의 금호타이어(073240)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이재현 책임연구원은 르노코리아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와 준대형 크로스오버(CUV) '필랑트'에 장착된 20인치짜리 '크루젠 HP71' 개발 과정을 이같이 회고했다.
이 책임은 2008년 중앙연구소 입사 이래 SM3 2세대, SM5 3세대, SM6, QM6, 그랑 콜레오스, 필랑트에 장착된 OE 개발에 모두 참여한 18년 경력의 르노코리아 타이어 전문 베테랑이다. 2022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진행된 그랑 콜레오스 20인치 OE 개발도 이 책임이 총괄했다.
해당 OE는 2024년 9월 출시된 그랑 콜레오스는 물론 올해 3월 출시된 필랑트에도 모두 20인치 규격으로 공급됐다. 두 차종 하이브리드(HEV) 20인치 모델의 공인 복합 연비는 L당 각각 15.0㎞, 15.1㎞로 동급 SUV·CUV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승차감도 세단처럼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타이어가 커지면 노면과 맞닿는 면적과 무게가 늘어 연비에 불리하다. 타이어 옆면 두께도 얇아져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대신 조향 반응성과 코너링 안정성은 높아진다. 이 때문에 대구경 타이어는 일반적으로 승차감과 연비보다 디자인과 핸들링 성능을 우선하는 선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르노코리아의 주문은 달랐다. SUV이면서도 세단처럼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고 하이브리드(HEV)의 강점인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 책임이 '개발자의 상식을 깨는 발상'이라고 표현한 배경이다.
금호타이어 연구진은 베이스 타이어인 기존 크루젠 HP71을 바탕으로 타이어 고무 배합인 컴파운드와 트레드 패턴, 타이어 구조를 반복적으로 조정했다. 이를 통해 주행 중 타이어 변형으로 발생하는 회전저항(RR)을 르노코리아가 제시한 목표치 6.1 수준까지 줄였다.
이 책임은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들의 요구 중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수준"이라며 "소비자가 차를 타면서 느끼는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 조치"라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동일 규격의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 회전저항 성능지수가 16% 감소했다.
승차감은 트레드 밴드와 사이드월의 강성 비율을 세밀하게 조정해 개선했다. 20인치 대구경 타이어의 핸들링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작은 요철을 지날 때 노면 충격이 부드럽게 전달되도록 구조를 반복적으로 튜닝했다. 르노코리아와 세 차례 공동 실차 평가를 거쳐 최적의 사양을 찾아냈다.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 내부에는 스펀지 형태의 흡음재를 적용했다. 내부 공기의 진동으로 발생하는 공명음인 '캐비티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서다. 금호타이어 실차 평가 결과 200~250㎐ 대역의 캐비티 노이즈는 비교 제품대비 약 4㏈ 낮았다. 컴파운드와 트레드 패턴도 최적화해 500㎐ 이상 대역에서 발생하는 패턴 소음을 1㏈ 이상 낮췄다.
차체가 무거운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을 고려해 내마모성도 강화했다. 전동화 차량은 고전압 배터리 탑재로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무거워 타이어가 빨리 닳을 수 있다. 연구진은 마모 성능을 30% 이상 높인 컴파운드를 적용했고, 그 결과 종전 2016년 9월 출시된 르노코리아 중형 SUV 'QM6' 19인치 타이어보다 내마모 성능이 17% 이상 향상됐다. 이는 약 2만㎞(1년) 더 탈 수 있는 수치다.
그랑 콜레오스·필랑트 OE 개발은 기간은 1년 6개월로 QM6 OE 개발 때와 비교했을 때 30%가량 단축됐다. 2021년 도입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가상 모형)과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이다. 과거에는 개발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종류의 실물 타이어를 제작한 뒤 실제 차량에 장착해 성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현재는 기존 시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킨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컴파운드와 패턴, 구조를 바꿨을 때의 타이어 성능을 가상 공간에서 예측한다. 예측 정확도는 실물 타이어 대비 90~95% 수준이다. 이를 통해 실물 타이어 제작·평가 횟수를 기존 3~4회에서 2회로 줄였다.
이 책임은 "QM6 OE 개발 당시에는 실물 타이어 제작 평가 단계에만 1년 6개월이 소요됐지만, 그랑 콜레오스·필랑트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AI를 활용해 이 기간을 1년으로 줄였다"며 "관련 기술이 계속 발전한 만큼 앞으로는 실물 타이어 제작 평가를 8개월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개발 중인 르노코리아 차세대 차량 OE는 실물 타이어 제작 평가뿐만 아니라 실제 차량 장착 평가까지 개발 기간을 기존 대비 30%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타이어는 영국 앤서블 모션사(社)가 제작한 고성능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중앙연구소에 설치하고 있다. 시뮬레이터는 이달 중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시뮬레이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앞으로 타이어 실차 테스트를 상당 부분 대체할 전망이다. AI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테스트 트랙과 동일한 환경을 실내 실험실에 구현할 수 있어서다. 시뮬레이터가 시나리오별 주행 상황에 맞게 실시간으로 움직여 타이어 설정값과 노면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차량 움직임과 승차감까지 몸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신차 개발 기간을 기존 4년에서 2년으로 줄여 2027년부터 2029년까지 매년 신차 1종을 출시하려는 르노코리아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르노코리아 전신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이어진 양사의 공동개발 경험과 타이어 개발 디지털 트윈·AI·VR 기술을 바탕으로 신차 개발 속도를 함께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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