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힘' 美 GM·포드 수익성↑…도요타·현대차·폭바 '후퇴'
GM·포드 상반기 이익, 25%·87%↑…규제완화로 고수익 내연기관 집중
도요타·현대차·폭스바겐, 이익 줄어…美 관세·中전기차 공세 겹쳐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수익성 지표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환경 정책과 관세 장벽에 힘입어 이익이 크게 늘었다.
반면 도요타와 현대차, 폭스바겐 등 일본·한국·독일 기업들은 미국 관세와 중국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에 발목을 잡혀 수익성이 악화했다.
6일 각 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도요타그룹의 이익 규모가 1조 6330억 엔(약 14조 8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GM 81억 9600만 달러(약 11조 7200억 원),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 10조 2000억 원, 폭스바겐그룹 59억 유로(약 9조 7000억원), 포드 60억 달러(약 8조 5800억 원) 순이었다.
도요타·현대차·폭스바겐그룹은 영업이익(EBIT)을, GM과 포드는 EBIT에서 비경상 손익을 제외한 '조정 EBIT'을 대표 이익 지표로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포드의 이익은 87.5%, GM은 25.6% 증가했다. 반면 도요타그룹은 28.5%, 현대차그룹은 21.6%, 폭스바겐그룹은 11.6% 감소했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 4위였던 GM이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GM과 포드의 매출은 각각 916억 5000만 달러(약 131조 1000억 원), 915억 달러(약 130조 9000억 원)로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올해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내연기관 밀어주기 정책 덕분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온실가스 규제 근거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 내연기관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줬다.
위해성 판단은 2009년 이산화탄소 등 6가지 온실가스를 공중 보건과 복지를 위협하는 물질로 규정한 결정으로, 업체들은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판매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로부터 규제 크레딧을 구매해야 했다. GM이 지난 3년간 크레딧 구매에 쓴 비용만 35억 달러(약 4조 9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위해성 판단 폐기로 온실가스 규제 근거가 사라졌다. 올해부터 안방 시장에서 값비싼 친환경차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마진이 높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늘리면서도 천문학적인 규제 크레딧을 지불하지 않게 된 것이다. 대형 픽업과 SUV 등 고배기량 내연기관 차량은 전통적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강점을 지닌 시장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미국 대형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은 GM 42%(1위), 포드 32%(2위)에 달했다.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배출가스 관련 규제 비용 감소로 5억~7억5000만 달러(약 7100억~1조 원)의 순이익 개선 효과를 예상한다"며 "상반기에만 4억 달러(약 5600억 원)의 효과를 인식했다"고 말했다. 절감액 대부분은 규제 크레딧 상각비 감소에서 발생했다. 앤드루 프릭 포드 내연기관·전기차 총괄 사장도 실적 개선이 "미국의 규제 변화가 가능하게 한 우호적인 제품 믹스에 힘입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도요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판매와 매출을 늘리고도 수익성을 지키지 못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에 부과된 관세가 원가 부담을 키운 데다 원재료 가격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 심화로 인센티브 비용까지 늘면서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도요타그룹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6조 1200억 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5% 감소했다. 미국 관세 비용이 2027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1조 3100억 엔(약 11조 8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약 3조 4000억 엔)의 40%에 육박한다. 원재료비 부담은 연간 1조 3000억 엔(약 11조 73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선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17.1% 감소했다. 아즈마 다카노리 CFO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됐다며 "전기차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이 157조 6900억 원으로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조 2000억 원으로 21.6% 감소했다. 양사가 상반기에 부담한 미국 관세만 약 3조 3700억 원에 달했다. 미국 관세가 없었다면 올해 상반기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4.3% 증가했을 것으로 계산된다. 양사가 지출한 인센티브 비용은 올해 2분기에만 약 1조 29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유럽 시장 내 중국 전기차 업체 대응 차원에서 인센티브가 발생하고 있다"며 "당분간 전기차 수익성을 양보하더라도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올해 약 50억 유로(약 8조 22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59억 유로)에 맞먹는 규모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는 현지 전기차 업체에 밀려 올해 상반기 20% 넘게 급감했다. 유럽 안방 시장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에 직면했다.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업체들이 수출을 늘리면서 유럽에서의 경쟁 압력도 커지고 있다"며 "현재 계획된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룹은 2030년까지 5만 명을 추가 감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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