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 113% 급증, 캐즘 끝 신호탄?
테슬라·BYD 고속 성장…기아 판매 1위·국산 점유율 58%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 전환…보조금 개편에 시장 판도 촉각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외 전기차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글로벌 시장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부에서는 한동안 이어졌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끝나가는 신호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반기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제도 개편과 가격 경쟁 심화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8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는 19만896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6%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는 전체 신차 판매의 23.3%를 차지하며 신차 4대 중 1대가 전기차였다.
브랜드별로는 테슬라와 BYD 등 수입 브랜드의 높은 증가율이 눈에 띄었다. 미국 테슬라는 상반기 5만614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2.1% 증가했다. 테슬라 모델Y는 상반기에만 181% 증가한 4만 3361대가 팔리며 국내 전체 모델 중 쏘렌토에 이어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수입차 모델이 판매 2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국내 판매를 본격화한 중국 비야디(BYD)도 지난해보다 773.2% 증가한 1만 1675대를 판매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도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아(000270)는 EV3와 EV6 등을 앞세워 7만 2078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1.1% 증가, 전체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005380)도 아이오닉 시리즈와 캐스퍼 일렉트릭 등의 판매 호조로 3만9575대를 판매해 46.5% 늘었다.
국내 중견 3사 성적표는 엇갈렸다. KG모빌리티(003620)(KGM)는 토레스 EVX 판매가 550대로 전년보다 50.8% 감소했지만, 전동화 픽업트럭 무쏘 EV가 44.4% 증가한 4296대가 팔리며 ‘전기 픽업트럭’이라는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모습이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이 없어 시장 성장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지난해(57%)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테슬라와 BYD를 중심으로 수입 브랜드 판매가 늘었지만 기아와 현대차가 판매를 확대하며 점유율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회복세를 나타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775만4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올해 1분기까지는 전년 대비 2%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증가세로 전환했다.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전기차 수요 회복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 성장세는 갈렸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유럽은 198만8000대로 27.5% 증가하며 점유율을 25.6%까지 끌어올렸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74만7000대로 75%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점유율도 5.7%에서 9.6%로 확대되며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부상했다. 기타 지역 역시 33만9000대로 139.4% 증가하며 신흥국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반면 중국과 북미 지역은 역성장했다. 두 곳 모두 '보조금' 축소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신에너지차 취득세 감면을 지난해 '전액 면제'에서 올해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미국은 2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다.
역성장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중국은 같은 기간 10.4% 감소한 416만 3000대가 팔렸는데, 이미 전기차 보급률과 판매 규모로 볼 때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이를 글로벌 전기차 캐즘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시장 역시 전년보다 27.6% 감소했지만, 1분기 감소폭(28.2%)보다는 낙폭을 줄이며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다.
하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보조금 제도 개편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테슬라는 보조금 개편 이후 다수 모델의 가격을 인상했지만 판매량이 가장 많은 모델Y의 가격을 유지했다. 수익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BYD는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체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현대차와 기아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물론 목적기반차(PBV) 등으로 수요층을 넓히고, KG모빌리티도 무쏘 EV를 앞세워 전기 픽업트럭 시장 공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판매 회복으로 전기차 캐즘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하반기에는 보조금 제도 개편과 가격 경쟁이 맞물리면서 국산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 간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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