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의 역설'…도요타, 캠리 美서 만들어 日 역수입
단종 3년 만에 올 가을 판매 재개…도요타 회장 "관세문제 완화에 도움"
회장·부사장 커스터마이징 대결…젊은 소비자에 세단 참신함 소구
- 김성식 기자
(시즈오카=뉴스1) 김성식 기자
"일본 자동차 산업을 지탱하려면 내수 생산 물량도 어느 정도 확보해 둬야 합니다. 그러나 관세 문제가 불거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미국산 캠리를 일본에 도입해 판매를 재개한다면, 미국과의 관세 문제에서도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은 미국 켄터키주(州) 조지타운 공장에서 생산된 도요타 중형 세단 '캠리'를 일본으로 역수입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 5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자동차 내구 레이스 대회 '슈퍼 타이큐 2026' 3라운드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 고객 모두 관세 협상의 최종 승자가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슈퍼 타이큐 2026 3라운드 현장에는 미국산 11세대(해외시장 기준 9세대) 캠리가 일본 시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도요타가 지난해 12월 캠리를 비롯해 준대형 SUV '하이랜더'와 대형 픽업트럭 '툰드라' 등 3종을 미국에서 역수입해 오겠다고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그 사이 하이랜더와 툰드라는 일본에서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캠리 일본 출시 시기는 올 가을로 잡혔다. 나카지마 히로키 도요타자동차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은 "미국에서 우핸들 사양의 캠리를 만들어 일본 국토교통성의 인증을 받고 있다"며 "올 가을쯤 출시해 연간 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 10세대(해외시장 기준 8세대)를 끝으로 일본에서 단종됐던 캠리가 3년 만에 세대 변경 모델로 다시 팔리는 것이다.
도요타가 캠리 역수입에 나선 건 미국이 자동차 품목 관세를 강화한 근본 원인인 미일 간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간 2000억 달러(약 300조 원)에 달하는 자동차 무역 적자를 근거로 지난해 4월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겼다. 이후 각국과의 무역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조정했고 일본과는 지난해 7월 협상을 타결,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율을 15%로 낮췄다.
그럼에도 일본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무역 적자(1280억 달러)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53억 달러를 차지, 3위인 한국(287억 달러)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협상 타결 당시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협상 이행문에 미일 간 '무역 적자 해소'가 여러 차례 언급된 만큼 또다시 관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도요타 미국산 차량이 일본으로 역수입되면 미국 자동차 수출 실적에 집계돼 미국의 대(對)일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다.
미국산 캠리가 일본으로 역수입되는 건 1990년대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도 미일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조치가 단행됐다. 그동안은 일본 아이치현 츠츠미 공장에서 생산돼 내수로 풀렸다. 일본 소비자 입장에선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른 굴욕적인 조치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날 미국산 캠리 11세대를 회장과 부회장 간 커스터마이징 대결 형식으로 선보이며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아키오 회장의 가주 레이싱(GR)팀은 흰색 캠리에 휀다와 범퍼, 후면 스포일러를 달고, 엔진을 7기통으로 개조했다. 나카지마 부사장의 도요타 레이싱(TR)팀은 검은색 캠리에 거대한 턱 모양의 프런트 스플리터와 리어 스포일러를 추가하고 머플러를 길게 빼 수직으로 올렸다. 캠리의 파격 변신에 아키오 회장은 "조만간 열릴 주주총회가 걱정된다"면서도 나카지마 부사장을 바라보며 "집행 임원은 당신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도요타는 캠리 일본 재판매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소구한다는 방침이다. 나카지마 부사장은 "안타깝게도 일본에선 캠리가 잘 안 팔려서 단종됐는데, 미국에선 여전히 인기가 많은 차"라며 "지난해 미국을 방문하니 현지 젊은 고객들로부터 아버지 어머니가 SUV를 많이 타기 때문에 세단이 오히려 '쿨'한 이미지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일본도 SUV와 경차 위주로 자동차 시장이 재편돼 도로에서 세단을 보기 쉽지 않다"며 "신형 캠리가 일본 젊은 고객들에게 참신한 느낌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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