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면 다른데' 신차 효과 실종 르노코리아…후속작 중요성 커졌다
필랑트 출시 석달째 판매량 감소…4920→1201대 '4분의 1' 토막
세단·SUV 중간 'CUV' 수요 제한적…준대형 답지 않게 덩치 작아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르노코리아가 준대형 크로스오버(CUV) '필랑트'를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필랑트 상품성 자체는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 CUV 시장 수요가 크지 않아 신차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2029년까지 매년 1종의 신차를 출시한다는 르노코리아 청사진이 더욱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의 올해 1~5월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2만 8733대로 전년 대비 25.3% 감소했다. 이 중 필랑트 월간 판매량은 국내 출시 첫 달인 3월 4920대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2139대, 5월 1201대로 줄었다.
신차 출시 3개월 만에 월간 판매량이 4분의 1로 급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의 경우 출시 첫 달인 2024년 9월 3900대를 시작으로 10월 5385대, 11월 6582대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아르카나(XM3)는 2020년 3월 출시된 직후 4개월 연속 5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유지했다.
필랑트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최상급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랑 콜레오스에는 없는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가 기반으로 적용돼 주행 상황에 맞게 댐퍼의 감쇠력을 조절해 준다. 주변 소음과 반대되는 파형을 생성해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과 전면·1열 및 2열 사이드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도 전 트림 기본 제공된다.
SK텔레콤의 생성형 AI '에이닷 오토'는 필랑트에 최초로 적용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단순 명령 수행을 넘어 대화 맥락을 읽고 발화자의 의도를 수행하는 지능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필랑트에 탑재되는 르노코리아 차량 안내 애플리케이션 '팁스'는 처음으로 생성형 AI '챗GPT'와 접목돼 차량 사용법을 대화로 안내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시장 수요다. 필랑트는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공간감을 동시에 갖춘다는 전략에 따라 두 차종을 아우르는 CUV로 제작됐다. 그러나 국내 판매 CUV는 필랑트를 제외하면 한국GM의 소형 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정도에 불과하다. 시장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세단으로, 공간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SUV로 넘어가면 그만"이라며 "세단의 공간 활용성을 높인 해치백이 국내에선 인기가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낮은 무게 중심에서 나오는 세단급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해 전고를 크게 낮추면서 덩치가 다소 작아 보이는 점도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 기호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랑트의 전장은 4915㎜로 그랑 콜레오스(4780㎜)보다 길지만 전고는 1635㎜로 그랑 콜레오스(1680㎜)보다 45㎜나 낮다. 동급 SUV인 현대차 팰리세이드(1805㎜)와의 전고 차이는 170㎜에 달한다. 쿠페형 디자인으로 차량 후면 경사를 완만하게 처리한 점도 차량 크기를 작아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르노코리아는 상품성 자체는 출중한 만큼 보다 많은 고객들이 필랑트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전국 전시장 시승 행사를 전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달 주말 르노코리아 전시장을 방문해 차량을 시승한 고객에는 5000원 상당의 기프트 모바일 상품과 주유권 등 경품을 제공한다. 또한 대구·부산의 쇼핑몰과 야구장 등에서 필랑트를 관람·시승하는 로드쇼도 이어간다.
현재 필랑트, 그랑 콜레오스, 아르카나 등 3종에 불과한 판매 모델은 신차 투입으로 지속 확대한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지난 4월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29년까지 매년 1종의 신차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중장기 계획을 공개했다. 신차는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D(중형)·E(준대형) 세그먼트가 주를 이룰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강화, 신차 개발 기간도 2년으로 단축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자체 순수 전기차(BEV)도 오는 2028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선보인다. 2020년 단종한 SM3 전기차 모델 이후 8년 만의 자체 전기차 생산이다. 이미 부산공장은 폴스타 4 위탁생산을 위해 지난해 2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넘어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혼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차량 내 생성형 AI 기술을 고도화한 소프트웨어중심차(SDV)는 당장 내년에 내놓기로 했다. 필랑트에 탑재된 다양한 AI 기술이 SDV 전환을 위한 징검다리로 꼽힌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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