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어 현대차 '전운'…3조 성과급 "로봇 말고 사람 뽑아라"

노조, 순이익 30% 성과급·정규직 충원 요구…교섭 난항 예고
내달 하청노조 사용자성 판단…현대차 '이중 교섭' 부담 우려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2026년 단체교섭 완전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하고 있다. 2026.5.13 ⓒ 뉴스1 조민주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초반부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조합은 지난해 거둔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수조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동시에, 생산 현장의 자동화에 대응한 대규모 신규 인력 충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사측은 미국발 관세 부담 우려와 지정학적 위기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다음 달 초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가리는 첫 판단까지 예고되면서, 현대차의 노사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 임단협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미래 생산 체계와 고용 구조를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조 원대 성과급' 요구 전면에…올해 1분기 영업익 웃돌아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최근까지 5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급과 신규 채용 등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교섭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규모다.

노조는 올해 교섭 요구안으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상여금 800% 인상, 정년 연장 등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전면에 내걸었다. 조합원들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경쟁력 강화 기여도가 컸다는 이유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10조3648억 원 규모다.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성과급 총액만 약 3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2조500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AI·로봇 도입에 고용 불안"…'인간 노동자' 사수 나선 노조

올해 임단협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정규직 신규 인원 충원'이다. 노조는 매년 발생하는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 인원을 대체하고, 국내 공장의 생산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정규직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생산 현장에 제조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급격히 빨라지면서, 향후 노동력 축소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면 사측은 글로벌 경영 환경을 고려할 때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 강화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면서 향후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로 인해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데 인건비와 고정비까지 급격히 늘어날 경우 미래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19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 측에 법의 취지에 충실한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박정현 기자
내달 1일 '사용자성' 판단 변수…하청 교섭 부담까지 확대되나

다음 달 예정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관련 사용자성 판단도 변수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사건에 대해 다음 달 1일 심문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기로 했다.

앞서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는 원청인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금속노조는 지난 4월 울산 지노위에 시정을 요구했다.

결과에 따라 현대차의 교섭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현대차는 기존 정규직 노조뿐 아니라 하청 노조와도 교섭하는 '이중 교섭'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결국 경영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가 수천 개 협력업체와 연결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심 기업인 만큼,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향후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노사 리스크가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매년 대규모 정규직 노조와 임단협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사내하청 노조와의 추가 교섭 부담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며 "전동화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사 리스크가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