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커·샤오펑 가세에 韓 시장 '요동'…中 전기차 공습 '2막' 올랐다

지커 7X 출시 임박·샤오펑 한국행 속도…가성비 넘어 프리미엄 공략
BYD, 韓서 최단기간 1만대…정의선 회장 "배울 좋은 기회"

지커7X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중국산 전기차가 '가성비'를 무기로 한국 안방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이번에는 프리미엄 모델과 IT 기술력을 앞세워 '2차 공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선발주자인 BYD(비야디)가 최단기간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하자 지커(Zeekr), 샤오펑(Xpeng) 등 중국의 신흥 전기차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커·샤오펑 가세…가성비 넘어 '고급화·IT' 전략 통할까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커는 중형 전기 SUV '7X'의 국내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고급차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지커 브랜드 갤러리'를 열고 7X를 비롯해 고성능 슈퍼 왜건 '001 FR', 신개념 다목적차량 '믹스', 4인승 플래그십 MPV '009', 대형 SUV '9X' 등 브랜드 핵심 라인업을 선보이며 국내 소비자 접점 확대에도 나섰다. 지커는 연내 전국 14개 전시장과 제주도를 포함한 11개 서비스센터를 전국에 구축하며 AS망도 독자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샤오펑 역시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인증 및 시장 조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중형 전기 SUV 'G6'와 플래그십 세단 'P7'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 밖에도 체리자동차와 최근 중국 내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도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 침체' 中 브랜드, 'EV 호조' 韓 기회의 땅으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원인은 '시장성'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8만 76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5.8% 급증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고유가 기조와 정부의 친환경 정책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소비가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반면 중국 시장은 가격 경쟁 심화와 보조금 축소로 인한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 있어 한국 시장을 주요 전략 시장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상품성을 입증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인천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조인철 BYD 코리아 승용부문 대표가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2025.1.16 ⓒ 뉴스1 김명섭 기자
BYD가 증명한 가능성…'최단기 1만대' 시장 안착

중국 브랜드의 국내 판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3월 국내 진출 이후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며 수입차 업계 최단 시간 '1만 대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는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983.4% 증가한 5991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BYD는 2000만~4000만 원대 가격대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보조금이 소진된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 보조금 지원도 병행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Y·모델3 판매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중국산 차량에 대한 소비자 부정적 인식도 이전보다 완화됐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안방 수성 나선 현대차·기아…정의선 "더 많이 배울 좋은 기회"

업계에서는 프리미엄을 겨냥하는 지커와 샤오펑 전략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와 헤리티지, 상품 완성도, 서비스 품질 등이 까다롭게 요구되는 만큼 중국계 브랜드가 독일·미국계의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BYD 진출 전에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았던 만큼 결과는 알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전열 구축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맞춤형 목적기반모빌리티(PBV)인 'PV5'를 비롯해 스타리아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플래그십 고급 전동화 모델인 'GV90'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다지고 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술력에서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중국 브랜드 공세를 정면승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중국 전기차의 내수 공습과 관련해 "전 세계 어느 회사라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며 "더 많이 배워서 고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기능과 상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