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보호 vs 정책 역행"…전기차 보조금 개편 논란
테슬라·BYD 등 수입차 업계 직격탄…현대차·기아 수혜 전망
세금 효율 vs 보급 확대…가격·수요 영향 놓고 찬반 팽팽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전기차 보조금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 기준에 산업기여도·연구개발(R&D) 역량을 새롭게 반영하기로 하면서 세금은 국산 차 중심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과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정책 본래 취지가 충돌하는 모습이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 전기차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산업 보호와 보급 확대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보조금이 단순한 구매 지원을 넘어 산업정책 수단으로 작동하는 만큼 지급 기준 변화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존 차량 성능과 가격 중심이었던 전기차 보조금 산정 체계를 개편해 국내 투자·고용·기술개발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단순한 구매 지원을 넘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새 기준이 도입될 경우 시장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9.5% 증가한 8만 3529대다. 그중 테슬라는 전년 동기보다 334.8% 증가한 2만 970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약 25%를 꿰찼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BYD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분기 3968대를 판매하며 월 1000대 이상의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우려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내 생산시설이나 대규모 R&D 거점이 부족한 이들 브랜드는 보조금이 대폭 축소되거나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 중에서는 BMW 등 국내 투자와 네트워크를 유지해 온 일부 브랜드만 제한적인 혜택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산 브랜드는 전반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 생산과 연구개발, AS망을 모두 갖춘 현대차그룹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현대차(005380)·기아(000270) 중심으로 보조금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체 간에도 영향은 엇갈린다. KG모빌리티(003620)는 '토레스 EVX'와 '무쏘 EV' 등 일부 차종에만 혜택이 가능해 제한적 수혜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국내 생산 전기차가 없어 제도 변화의 직접적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기여도 기준이 강화될수록 대규모 투자와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중견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찬성 측은 보조금 재원이 국민 세금인 만큼 국내 산업 생태계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터리·부품·고용 등 연관 산업 효과를 고려하면 '국산 중심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주요국이 자국 중심 보조금 정책을 강화하는 흐름도 근거로 제시된다.
반면 반대 측은 보조금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구매 부담을 낮춰 전기차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인데, 보조금이 산업 정책 수단으로 변질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올해 초 테슬라와 BYD의 공세로 국내외 브랜드가 일제히 가격을 인하하며 경쟁이 붙었는데 보조금 장벽으로 가격 경쟁이 사라지면 수요 위축과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 개편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정책 질의에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에게 "소수 특정 기업에 보조금이 집중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김 장관은 "이번 평가가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배점 관련 오류를 검토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평가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국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붙여 본회의를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은 아니지만 김 장관이 국회의 지적에 동의했고, 이후 국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 부대의견을 더한 만큼 향후 제도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자국 산업 육성과 탄소 중립 및 공정 경쟁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시장의 요구와 정책적 목적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최종 수정안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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