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도 불길' 뚫는 소방로봇 기증…정의선 "소방관 지키는 팀원 되길"

HR-셰르파 기반 첨단기술 고위험 현장 투입…소방관 의견 적극 반영
회복지원차 이어 국립소방병원 재활 후원…정의선표 '안전 경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경기 남양주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소방청 무인소방로봇 기증식을 마치고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4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고위험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방패' 역할을 할 첨단 무인소방로봇을 개발해 소방청에 기증했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 온 '안전 최우선' 경영 철학을 모빌리티 기술로 구체화한 사례다. 소방관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고 인명 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현장에 본격 도입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4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무인소방로봇 기증 행사를 열고 소방청과 함께 개발한 원격 화재 진압장비 '무인소방로봇' 4대를 소방청에 공식 기증했다.

무인소방로봇은 화재로부터 국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개발됐다. '안전'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강조해 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사투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분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며 "소방관 여러분들이 지켜온 '안전'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고자 소방청과 무인소방로봇을 개발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기증하는 무인소방로봇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장비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우리 공동의 목표를 구현한 새로운 모빌리티"라며 "위험한 현장에 한발 먼저 투입돼 여러분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팀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이 자리는 재난 대응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패러다임 대전환의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세계 일류 모빌리티 기업인 현대차그룹 등 민간과의 혁신적 연대를 통해 첨단 과학 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증된 무인소방로봇 총 4대 중 2대는 수도권 및 영남 119특수구조대에 각 1대씩 배치됐다. 이미 지난 1월30일 충북 음성 소재 생필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였고, 지난 23일 밀양 산불 현장에도 출동했었다. 나머지 2대는 3월 초 경기 남부 및 충남 소방본부에 각각 1대씩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지난 24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시범 기동을 하고 있는 무인소방로봇.
원격 화재 진압으로 소방관 위험 줄이고 안전한 화재 대응 시스템 구축

지난해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화재로 인해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총 1802명이다.

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은 무인소방로봇이 소방관의 접근이 어려운 대형 화재나 구조물 붕괴 우려가 있는 화재 현장에서 초동 진압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구조대원의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개발과정에서 소방관들의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그룹사의 기술력을 집약했다. 무인소방로봇은 원격 주행이 가능한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에 △방수포 △자체 분무 시스템 △시야 개선 카메라 △원격 제어기 등을 탑재했다. 방산 분야 기술력이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중량은 2.25톤(t), 최대 속도는 시속 50㎞로 빠른 기동이 가능하다. 무인소방로봇의 장비 전면부에 탑재된 방수포는 화재 진압의 핵심 요소로 직사 및 방사 형태로 방수 제어가 가능한 노즐이 적용돼 다양한 화재 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최대 50m까지 방수 가능하다.

자체 분무 시스템은 장비를 둘러싸고 있는 분무 노즐로 미세 물 입자를 지속 분사함으로써 장비 외부에 수막을 형성하고 화염 및 고열로부터 장비 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무인소방로봇은 섭씨 500~800도에 육박하는 환경에서도 장비 온도를 섭씨 50~60도로 낮춰 화재 현장 근거리에서도 원활한 소방 작업이 가능하다.

전면부 상단에 탑재된 시야 개선 카메라는 적외선 센서를 기반으로 불길과 짙은 연기 속에서도 우수한 대상체 검출 성능을 확보해 발화 지점이나 구조 대상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격 제어기는 무인소방로봇과 무선 통신으로 연결돼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장비 운용자는 이를 바탕으로 화재 현장 상황과 장비를 모니터링하며 원격 주행, 소방 운용 등을 제어한다. 무선 통신은 지하 1층 기준으로 직선거리 약 130m까지 원격 제어 가능하다.

고열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 타이어가 장착됐으며, 6륜 독립구동이 가능한 인휠모터 시스템이 탑재돼 화재 잔해나 장애물이 많은 사고 현장에서 원활한 원격 주행 및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종경사 31도, 횡경사 22도 등 험난한 지형은 물론 30㎝의 수직 장애물도 통과할 수 있다. 제자리 회전도 가능하다.

최대 120m의 소방호스도 견인한다. 호스의 꼬임 방지를 위한 자동 풀림·감김 기능이 적용된 '릴호스'를 사용한다. 호스에는 야광 기능이 있어 어두운 화재현장에서 탈출경로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장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별 담당 소방관을 대상으로 장비 운용 매뉴얼을 배포하고 이론 및 실습 교육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무인소방로봇이 화재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소방청과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경기 남양주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소방청 무인소방로봇 기증식을 마치고 소방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4 ⓒ 뉴스1 김민지 기자
'공익 영웅' 소방관 지키자…국립소방병원 소방관 치료 및 재활 지원

현대차그룹은 안전한 사회 조성을 목표로 소방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3년 각종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의 휴식과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휴식 시설 및 편의사항이 적용된 '소방관 회복지원차' 총 10대를 전국 소방본부에 기증했다.

지난 2024년에는 보다 실효성 있는 소방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배터리 팩에 구멍을 뚫어 물을 분사하는 관통형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EV 드릴 랜스(EV-Drill Lance)'를 개발하고 총 250대를 소방청에 기증했다.

올해도 현대차그룹은 오는 6월 정식 개원 예정인 국내 최초 소방관 전문 의료기관 '국립소방병원'에 소방관의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차량, 재활장비 등을 기증한다.

정 회장은 "올해 6월 개원하는 국립소방병원에는 차량과 재활장비를 지원해 소방관분들의 빠른 회복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소방관 여러분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실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3년부터 '자유롭게 이동하는 개인, 안전하게 살아가는 사회, 건강하게 영위하는 지구를 위해 우리는 올바르게 움직입니다'라는 CSR 미션을 새롭게 수립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