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나믹스 IPO,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왜?
정의선 회장 승계 자금 5.8조 추산…상장 성공시 최소 6조 확보
'순환출자' 구조 해소…부친 지분 승계와 함께 재추진될듯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미국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기업공개(IPO) 작업에 시동을 걸면서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 시 정의선 회장은 최소 6조 원의 실탄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상속·증여세를 해결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따라 보스턴다이나믹스 IPO를 계기로 정 회장의 부친 지분 승계는 물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작업도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25일 자동차·증권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등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현대모비스가 있는 만큼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이면서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회장이 매입하는 게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대에 불과하다. 현대차·기아의 지분율도 각각 2.6%, 1.7%에 머물고 있다. 반면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각각 21.9%, 20.0%로 높은 편이다.
순환출자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와 투자 자금 조달에 용이하나 연쇄 부도 위험이 높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낮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며 기존에 형성된 순환출자에 대해선 해소를 권고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분할·합병이 마무리되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으로 교환해 존속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계획이었다. 이때 총수 일가는 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부 매입,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한다는 게 당시 현대차그룹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기존 현대모비스의 알짜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에 이관하는 방식이라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신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아 '기존 현대모비스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반기를 들었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엘리엇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지배구조 개편은 발표 50여 일 만에 철회됐다. 이후 2020년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직에서 회장직에 오르게 됐고, 순환출자 구조는 지금까지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이 지배 구조 개편을 재추진한다면 2018년의 실패를 거울삼아 기존 안을 보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계열사 주주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대모비스 인적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로의 합병' 방식 대신 '현대모비스 인적 분할'만 추진될 거라는 관측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업 분할의 경우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주총 없이 현대모비스 단독 주총만으로도 의사 결정할 수 있어 주총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DS투자증권은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부품·AS를 담당하는 '신설 현대모비스'와 R&D를 담당하고 현대차 지분을 가진 '존속 현대모비스'가 각각 6 대 4의 비율로 분할될 경우 각 사의 시가 총액은 각각 18조 9000억 원, 12억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선 정 회장이 현대제철과 기아가 보유한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3조 원 내외로 추정된다. 추가로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5.6%) △현대모비스(7.4%) △현대제철(11.8%) △현대엔지니어링(4.7%)의 지분 가치는 총 4조 6000억 원 규모인 만큼 이를 상속·증여하는 데는 약 2조 8000억 원(세율 60% 적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 회장이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부친 정 명예회장의 지분 승계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총 5조 8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 시 정 회장의 이 같은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2021년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당시 사재 약 2400억 원을 들여 지분 20%를 확보했다. 투자업계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를 최소 30조 원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상장 성공 시 정 회장이 확보할 실탄은 6조 원을 넘길 전망이다.
실제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용화를 계기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상장을 염두에 둔 태스크포스(TF)팀이 그룹 차원에서 꾸려진 데다, 기존 로봇 연구개발 조직 성격을 넘어 사업 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인사 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IPO는 정 회장의 상속세 재원 마련의 근간이 될 수 있다"며 "IPO를 전제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좋은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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