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가성비' 렌터카 첫 10조원 전망…'중고차' 새 먹거리로 급부상

[렌터카 10조원 시대] 인가대수 10년새 137% 증가
신차가 상승에 장기 렌터카 호황… 롯데렌탈·SK렌터카 수익 순항

롯데렌터카 서울역 지점 전경<자료사진>(롯데렌탈 제공).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렌터카 시장이 10년 새 2배 넘게 성장했다. 신차를 사려던 소비자들이 경기 불황으로 얇아진 지갑에 목돈 부담이 없는 렌터카로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업체들은 이들을 겨냥해 장기 렌터카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렌터카를 중고차로 되파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라면 내년 국내 렌터카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4일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렌터카 인가대수는 128만 대로 지난해 대비 불과 8개월 만에 3.1% 증가했다. 2015년 인가 대수가 54만 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0년 만에 137% 증가한 것이다.

그사이 렌터카 인가 대수는 2020년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어섰고 2021년과 2022년 차례로 110만 대, 120만 대를 돌파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9월 리포트에서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라면 매년 렌터카 등록 대수는 평균 4%씩 늘어 2026년 국내 렌터카 시장 규모가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현재 롯데렌탈(089860)이 점유율 20%로 1위, SK렌터카가 점유율 1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선두 업체 실적도 좋은 편이다. 롯데렌탈의 지난해 매출은 2조 7924억 원, 영업이익은 2848억 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160%, 216%씩 증가했다. SK렌터카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5%, 295%씩 늘어났다.

이러한 실적을 견인한 건 장기 렌터카 사업이다. 장기 렌터카는 며칠 단위로 빌리는 단기 렌터카와 달리 계약기간이 3~5년 단위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렌탈의 장기 렌터카 비중은 2022년 53%에서 지난해 56%로 3%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단기 렌터카 비중은 11%에서 10%로 1%포인트(p) 하락했다. 업계는 장기 렌터카가 신차 구매 수요를 일부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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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가 5천만원 돌파, 렌터카 '가성비' 극대화…렌터카 업계, B2C 중고차도 진출

실제로 최근 신차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신차 판매 대수는 2020년 19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173만 대 △2022년 168만 대 △2023년 175만 대 △2024년 163만 대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신차 평균 구입 가격은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7년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5000만 원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면 목돈 부담이 없는 데다 취득세, 자동차세와 자동차 보험료를 피할 수 있어 법인이 아니라 일반 개인도 많이 계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회사는 개인보다는 낮은 금리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신찻값이 오르는 시기에는 장기 렌터카가 할부 대비 최종 비용이 적어 경제적인 선택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렌터카 업계는 장기 렌터카에서 확인한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부담을 기반으로, 중고차 사업 영역을 소비자 판매(B2C)로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은 렌터카로 사용했던 차량을 각사가 갖고 있는 중고차 경매장을 통해 중고차 업자에 매각(B2B)했는데,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도 병행하는 것이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에 자사 1호 중고차 매매점을 개장한 이래 지난 4월 경기 부천, 8월 경기 용인에 각각 2·3호점을 열었다. 관련 브랜드명은 '믿을 수 있고'(Trust), '끝까지 관리받는'(Total Care) 중고차란 뜻에서 'T카'로 명명했다. 장기 렌터카 계약이 만료된 연식 3~4년짜리 '신차급' 차량을 위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엔진, 미션, 제동장치 등 주요 부품에 대해선 업계 최초로 6개월간 무상 보증 수리를 자동으로 지원한다.

SK렌터카는 2022년 업계 최초로 중고차 선(先)렌털·후(後)인수 서비스인 '타고 바이'를 출시했다. 렌털로 최대 1년간 이용하다가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바로 인수할 수 있다. 자사 고객이 장기 렌터카로 이용했던 차량 중 연식 4년 이하, 누적 주행거리 9만㎞만 엄선해 상품화를 진행한다. 중고차 구입 시에는 시승 기회가 14일 이내로 제한되지만 타고 바이는 렌털 형태이기 때문에 1년까지 타보고 구입을 결정할 수 있다.

SK렌터카 제주 지점 전경(자료사진. SK렌터카 제공).

seongskim@news1.kr